탐경가
천생아제 쓸 곳 없다.
세상 공명 하직하니 인간 영화 몽중사라
죽장망혜로 백이숙제 보려 하고
수양산 들어갈 제 운무심이 출수하고
조권비이지환이라 벽산이 무어하니 뉘더러 물어 볼까.
지재차산중이언만 운심부지처라
산형을 둘러 보니 경개 절승하여 충암 절벽은 반공에 솟았는데
낙락 장송은 임자 없이 푸르렀다.
단단 명월은 반공에 걸려 있고
반야청풍 쇄옥성은 나의 흥을 돋우는 듯
적막 산중 화작작 너 홀로 한가하다.
좌수에 삼절죽장 우수에 두견견화로 만취송정 홀로 앉아
손흥공의 산수부를 장단귀로 읊은 후에
굴원을 생각하며 강호로 내려가니,
멱라수심이요 해당화 반개로다.
송천강수 흐르나니 물결이요 뛰노느니 은린이라.
도연명 오류촌과 육처사 버들가지
교태 내는 저 황앵아 삼춘이 옮겨 가니 사월지청화로다.
구십춘광 과거 후에 사월팔일 자랑마라.
추풍에 기러기는 소상동정 모여들고
적벽강 추야월은 소자첨이 놀았어라.
강태공 낚던 낚대 엄자릉의 긴줄 매어 범려선 빌어 타고
장한 찾아 강동 가니 요지일월 밝아 있고 순지건곤 흘러간다.
왕발이 조사 하고 소동파 늙어죽고 동박삭 장생하니 명지장단 천부로다.
고왕금래 빈부귀와 성쇠흥망이 아니냐
천태산 마고선녀 금강초 구하려고
옥폭동 들어갈 제 어디서 옥소성이 유의하게 들려온가.
고조를 수자애나 금인이 다불탄을 옛사람의 높은 곡조 이제 전혀 알 리 없네.
남양의 밭갈기와 검은 송아지 채치기는 고인군자할 바이요
착정음 경전식할 제 산도미 밥을 짓고 낚은 고기
회를 쳐 인호상이자작하니 오늘 나의 흥취로다.
아마도 우리 인생 일장춘몽인가 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