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은 방물가
방물 장사를 나간다 방물 장사를 나간다.
방물 장사를 나갈적에 어떤 방물을 사오리까.
은 조로롱 금 조로롱 밀화불수 노리개며
산호가지 청강석에 비취옥 노리개,
은장도며 금강석 반지도 곁들이고,
용잠봉잠 비취잠과 옥비녀 금비녀,
호도잠과 양은비녀 흑각잠과 창포잠 귀이개
국화잠과 뒤꽃이 고리잠 연봉이며
옥지환 금지환 은가락지며 보석 반지도 곁들이고
아주까리 동백기름 단풍밀과 비취밀 분첩이며
물분 도화분에 연지분과 주석 가락지 납 가락지며
비오리 쌍동자며 민빗 참빗 족집계며
어레빗 면경 비치개며 미안수 향수로다.
인두 가위 침석이며 화류로 만든 실패로다
상침중침 별랑침과 가는 바늘도 곁들이고 재봉침도 더욱 좋다.
대합사 세합사 양사실과 오색수실도 곁들이고
오색당사 영낭끈과 진사 목팔사 쌈지끈과 주머니 끈도 더욱 좋다.
산수를 그린 손가방이며
수단으로 만든 지갑이며
오색실로 난간을 치고 쌍쌍이 쌍희자 밖혔구나.
금은 장식한 혁대로다
수마노 물뿌리 은수복대에 양칠간죽도 맞추어 있고
소상반죽도 더욱 좋다.
수복강령 네 글자에 수를 놓은 안경집과
금패단추 밀화단추 자개단추도 곁들여서 방물짐을 걸머지고
한달이면 육장을 보고 면면촌촌이 도보를 할제.
산을 넘고 물을 건너 불피풍우를 하여가며
박리다매를 하는구나, 저녁이면 객주에 자고 새벽이면
길을떠나 팥도받고 콩도받아 각종 곡식과 환매를 하니
외상방매는 전혀 없네.
푼돈을 벌어 양돈을 모고 양돈을 모아 쾌돈되니
근검저축 절약을 하면 부자 장자도 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