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우리소리

독락팔곡

한들 약초방 2015. 9. 25. 11:34

독락팔곡

 

1장

太平聖代(태평성대)  田野逸民(전야일민)  再唱(재창)

耕雲麓(경운록)  釣烟江(조연강)이 이밧긔 일이업다.

窮通(궁통)이 在天(재천)하니   貧賤(빈천)을 시름하랴.

玉堂(옥당)  金馬(금마)난 내의願(원)이  아니로다.

泉石(천석)이 壽域( 수역)이오 草屋(초옥)이 春臺(춘대)라.

於斯臥(어사와)  於斯眠(어사면)  俯仰宇宙(부앙우주)  流觀品物(유관품물) 하야,

居居然(거거연)  浩浩然(호호연)  開襟獨酌(개금독작)

岸?長嘯(안책장소) 景(경) 긔엇다 하니잇고.

 

태평스럽고 성스러운 시대에,

시골에 은거하는 절행이 뛰어난 선비가,

구름 덮인 산기슭에 밭이랑을 갈고,

내 낀 강가에 낚시를 드리우느니,

이밖에는 일이 없도다.

빈궁과 영달이 하늘에 달렸으니,

가난함과 천함을 걱정하리오,

漢나라때 궁궐문이나 관아 앞에 銅馬를 세움으로 명칭한 金馬門과,

翰林院의 별칭인 玉堂署가 있어,

이들은 임금을 가까이서 뫼시는 높은 벼슬아치로,

이것은 내가 원하는 바가 아니로다.

천석으로 이루어진 자연에 묻혀 사는 것도,

仁德이 있고 수명이 긴 壽域으로 盛世가 되고,

초옥에 묻혀 사는 것도, 봄 전망이 좋은 春臺로 성세로다.

어사와! 어사와! 천지를 굽어보고 쳐다보며,

삼라만상이 제각기 갖춘 형체를 멀리서 바라보며,

安靜된 가운데 넓고도 큰 흉금을 열어제쳐 놓고 홀로 술을 마시느니,

두건이 높아 머리뒤로 비스듬히 넘어가,

이마가 드러나서 예법도 없는 데다 길게 휘파람부는 광경,

그것이야말로 어떻습니까.

 

 

2장

草屋三間(초옥삼간)  容膝裏(용슬리) 昻?(앙앙)  一閒人(일한인) 再唱(재창)
琴書(금서)를 벗을 삼고 松竹(송죽)으로 울을 하니
??生事(소소생사)와 淡淡襟懷(담담금회)예 塵念(진념)이 어대나리.
時時(시시)예 落照?淸(낙조진청) 蘆花岸紅(노화안홍) 하고,
殘烟帶風(잔연대풍) 楊柳(양류) 飛(비) 하거든,
一竿竹(일간죽) 빗기안고 忘機伴鷗(망기반구) 景(경) 긔엇다 하니잇고.

 

초가삼간이 너무 좁아,

겨우 무릎을 움직일 수 있는 방에는,

지행 높고 한가한 사람이,

가야금을 타고·책 읽는 일을 벗삼고·

집 둘레에는 소나무와 대나무로 울을 하였으니,

찢기어진 생계와 산뜻하게 가슴깊이 품고 있는 회포는,

속세의 명리를 생각하는 마음이 어디서 나리오.

저녁 햇빛이 맑게 개인 곳에 다다르고,

흰 갈대꽃이 핀 기슭에 비쳐서 붉게 물들었는데,

남아 있는 내에 섞여 부는 바람결에 버드나무가 날리거든,

하나의 낚시대를 비스듬히 끼고·세속 일을 잊고서 갈매기와 벗이 되는 광경,

그것이야말로 어떻습니까.

 

3장

士何事乎(사하사호) 尙志而已(상지이이) 再唱(재창)

科名損志(과명손지)하고 利達害德(이달해덕)이라.

모라미 黃券中(황권중) 聖賢(성현)을 뫼압고,

言語精神(언어정신) 日夜(일야)애 ?養(이양)하야,

一身(일신)이 正(정)하면 어대러로 못가리오.

俯仰(부앙) 恢恢(회회)하고 往來(왕래) 平平(평평)하니,

갈길을 알오 立志(입지)를 아니하랴.

壁立萬?(벽립만인) 磊落不變(뇌락불변)하야,

??然(교교연) 尙友千古(상우천고) 景(경) 긔엇다 하니잇고.

 

선비는 무엇을 일삼아야 하느냐,

뜻을 높게 가질 뿐이로다.

과거급제란 명예로움은 내 뜻을 손상시키고,

이익과 출세란 덕을 해치는 것이로다.

모름지기 책 가운데서 성현을 뫼시옵고,

언어와 정신을 맑은 달밤에 잘 가다듬고·고요히 수양하여,

내 한 몸이 바르게 된다면 어디러로 못 가리오.

굽어보고·쳐다보아 크고 넓게 포용하는 모습이 왕래가 평이로워지느니,

내 갈 길을 알아서 뜻을 세우지 아니하리오.

벽처럼 선 낭떠러지가 만 길은 되는데,

내 마음은 활달하여 작은 일에 구애되지 않고 변하지 않느니,

뜻이 커서 말함이 시원스러운데다,

책 읽어 아득한 옛 현인을 벗으로 삼는 광경,

그것이야말로 어떻습니까.

 

4장

入山(입산) 恐不深(공불심) 入林(입림) 恐不密(공불밀)

觀閒之野(관한지야) 寂寞之濱(적막지빈)에 卜居(복거)를 定(정)하니

野服黃冠(야복황관)이 魚鳥外(어조외) 버디업다.

芳郊(방교)애 雨晴(우청)하고 萬樹(만수)애 花落(화락)후에,

靑藜杖(청려장) 뷔집고 十里溪頭(십리계두)애 閒往閒來(한왕한래) 하난 ㅂ드든

曾點氏(증점씨) 浴沂風雩(욕기풍우)와 程明道(정명도)

傍花隨柳(방화수류)도 이러턴가 엇다턴가.

暖日光風(난일광풍)이 불꺼니  발거니 興滿前(흥만전) 하니,

悠然胸次(유연흉차) 與天地萬物(여천지만물)

上下同流(상하동류) 景(경) 긔엇다 하니잇고.

 

韓愈가 산에 들면 산이 깊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숲에 들면 숲이 빽빽하지 않을까 두려워하며,

마음은 너그럽고도 한가한 들판에서 밭을 갈고,

쓸쓸한 물가에서 낚시를 드리울 수 있는,

살만한 곳을 가려 점쳐서 정하였느니,

시골사람의 의복에다 野人의 관을 쓰고 살면서,

물고기와 새밖에는 벗이 없도다.

향그러운 교외에는 비가 개이고,

수많은 나무들에는 꽃이 떨어진 뒤에,

명아주지팡이를 짚고서,

십리되는 시냇머리를 한가하게 오고 가는 뜻은,

마치 증점씨(曾點氏)가 기수(沂水)에서 목욕하고·

무우(舞雩)로 바람을 쐬며 돌아오는 산뜻한 그 기분과,

정명도(程明道)가 꽃을 곁에 두고 버드나무를 좇아 거닐던 기분도 이렇던가 어떻던고.

따스한 햇볕과 청명한 날씨에 부는 바람이 불거니·

밝거니 하여 흥취가 내앞에 가득하여지느니,

침착하고도 여유있는 가슴속이,

천지만물과 더불어 상하가 함께 흘러가는 광경,

그것이야말로 어떻습니까.

 

5장

집은 范萊蕪(범래무)의 蓬蒿(봉호)ㅣ오 길은 蔣元卿(장원경)의 花竹(화죽)이로다.

百年浮生(백년부생) 이러타 엇다하리.

진실로 隱居(은거) 求志(구지) 하고 長往(장왕) 不返(불반) 하면

軒冕(헌면)이 泥塗(이도)ㅣ오 鼎鐘(정종)이 塵土(진토)ㅣ라.

千磨(천마) 霜刃(상인)인 이 ㅂ드들 긋츠리랴.

韓昌黎(한창려) 三上書(삼상서)난 내의 ㅂ드데 區區(구구) 하고,

杜子美(두자미) 三大賦(삼대부)ㅣ 내 ?내 行道(행도) 하랴.

두어라 彼以爵(피이작) 我以義(아이의) 不願人之(불원인지) 文繡(문수) 하야

世間萬事(세간만사) 都付天命(도부천명) 景(경) 긔엇다 하니잇고.

 

내집은 저 後漢적 范萊蕪가 끼니가 떨어질 정도로 가난하였어도,

태연자약하게 초야에 묻혀 살았듯,

前漢적 蔣元卿이 뜰앞의 꽃과 대나무 아래에다 세갈래 길을 여고,

求仲과 羊仲으로 더불어 조용히 놀기를 구하였도다.

평생동안 덧없는 인생이 이렇다고 어떠하리.

진실로 은거하여 뜻을 구하고,

죽어서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면,

대부가 타는 수레와 복장이 진흙처럼 천한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오,

종묘에 두는 그릇에다 공적을 새긴 이름도

아득한 후세에는 흙먼지에 지나지 않는도다.

천번이나 갈았는 서릿발 서슬이 푸른 날카로운 칼날일지라도 이 뜻을 끊으랴.

韓昌黎는 세번이나 상서를 올림에,

그 때마다 귀양을 감으로써 벼슬길이 막혔는데,

그것은 나의 뜻에 각기 달랐고,

杜子美는 三大禮賦를 올림에 드디어 벼슬길이 트였다고,

내 마침내 그러한 도를 행하랴.

두어라, 그들은 그들의 작위를 가지고 행하나,

나는 나의 正義를 가지고 행하는데,

남의 수놓은 비단옷(벼슬)을 원치 않으매,

세간의 만사가 모두 천명에 달려 있는 광경,

그것이야말로 어떻습니까.

 

6장

君門(군문) 深九重(심구중) 하고 草澤(초택) 隔萬里(격만리) 하니,

十載心事(십재심사)를 어이하야 上達(상달)하료.

數封奇策(수봉기책)이 草(초)하얀디 오래거다.

致君澤民(치군택민)은 내의才分(재분) 아니런가.

窮經(궁경) 學道(학도)를 ㅂ듯두고 이리하랴.

?찰하리 藏修丘壑(장수구학) 遯世無悶(둔세무민)하야

날조찬 번님네 뫼옵고

錄籤(녹첨) 山窓(산창)의 共把遺經(공파유경)

究終始(구종시) 景(경) 긔엇다 하니잇고.

 

※ 임금님 계신 곳은 깊은 구중궁궐이고,

초야에 묻혀 사는 백성들과는 만리로 막혔느니,

십년동안 마음에 생각한 일을 어찌하여 위로 임금님께 여쭈어 알게 하리오.

운수가 기이하여 내 계책을 봉하여 둔 지가 오래되었도다.

벼슬하면 임금에게 충성함에 이르게 되고,

백성에게는 은택을 내려 주어야 하는 것인데,

이는 나의 천부의 재능이 아니던가.

경서를 궁구하는 가운데,

성현의 도를 배우기 위한 데다 뜻을 두고 이리하랴.

차라리 쉬지 않고 글을 읽어서,

배움에 힘쓰는 저 언덕과 구릉이 있는 은거처에서,

세상을 숨어살아도 고민이 없으매,

나를 따르는 벗님네 뫼옵고 史書庫의 綠牙籤을 표지로 한,

장서가 가득한 창앞에서 성현의 경서를 잡고,

처음부터 끝까지 궁구하는 광경,

그것이야말로 어떻습니까.

 

7장

一屛一榻(일병일탑) 左箴右銘(좌잠우명) 再唱(재창)

神目(신목) 如電(여전)이라 暗室(암실)을 欺心(기심) 하며,

天聽(천청) 如雷(여뇌)라 私語(사어)인들 妄發(망발) 하랴.

戒愼(계신) 恐懼(공구)를 隱微間(은미간)애 닛디마새.

坐如尸(좌여시) 儼若思(엄약사) 終日乾乾(종일건건) 夕?若(석상약) 하난 뜯든

尊事(존사) 天君(천군) 하고 攘除(양제) 外累(외누) 하야,

百體從令(백체종령) 五常(오상) 不?(불두) 하야

治平(치평) 事業(사업)을 다이루려 하였더니

時也(시야) 命也(명야)인디 ?無成功(흘무성공) 歲不我與(세불아여)  하니,

白首(백수) 林泉(임천)의  하올일이 다시업다.

우읍다. 山之男(산지남) 水之北(수지북)애 斂藏(염장) ?跡(종적)하야

百年閒老(백년한로) 景(경) 긔엇다 하니잇고.

하나의 병풍에다 하나의 평상을 두고,

왼쪽에는 경계가되는 箴言을·오른쪽에는 마음에

아로새길 座右銘을 두고,

귀신의 눈으로 볼 제는 번갯불같이 밝게 보이므로,

어두운 방안이라고 제 마음을 못 속이며,

하늘이 들을 제는 천둥소리처럼 크게 들리므로,

사사로이 하는 말이라도 망발을 하랴.

군자가 경계하고·삼가며 몹시 두려워하는 것은,

은암한 곳보다 더 잘 드러나는 곳은 없고,

세미한 일보다 더 뚜렷해진다는 게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

앉은 모습은 尸童氏처럼 반드시 공경하고·

장중한 태도로 앉아야 하고,

얼굴빛과 몸가짐은 엄숙하고·단정하게 가져서 무엇인가 생각하는 것처럼,

낮에는 하루종일 쉼 없이 노력하고,

저녁에는 반성하여 삼가고 조심하는 뜻은,

존경하는 마음을 갖고·잘 섬김으로써,

내 몸 밖에서 오는 누끼치는 일을 물리쳐 없애고,

온몸이 令을 좇아서,

아비는 의롭고·어미는 자애롭고·형은 우애롭고·

아우는 공경하고·아들은 효성함으로써,

五常을 싫어함이 없어야만,

백성들이 잘 다스려져 평안한 세상이 되게 하고,

사업을 모두 이루고자 하였더니,

때가 아닌지 운명인지, 마침내 성공함이 없었고,

세월은 나와 더불어 기다려 주지 않으니,

흰머리의 늙은이로 숲과 샘이 있는 은거처에서 할 일이 다시 없도다.

우습다,

산의 남쪽과 물의 북쪽인 양지바른 곳에다 내 발자취를 거두어 감추고,

평생동안을 한가하게 늙어가는 광경,

그것이야말로 어떻습니까. 

 

8곡으로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7곡만이 작자의 문집인

≪송암별집 松巖別集≫에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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