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석(帝釋)본풀이
제석본풀이(당금애기)는 제석신의 유래를 노래한 것으로 큰 굿의 제석거리나 안택(安宅)과 같은 무의(巫儀)에서 낭송되는 서사무가로서 3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앞부분은 생략) 이때 당금애기는 말이 맞지 못하여서 그 바랑을 뺏어 가지구 자기 방에 들어가 이층문을 열구서 자기 치마폭을 쭉 뜯어 그 바랑을 눈 깜짝 할 사이에 기워가지구 나와 허는 말이
1단계는 석가여래의 탄생과 득도과정,
2단계는 당금애기의 출생과 성장과정,
3단계는 석가여래와 당금애기의 만남 및 출산, 재회, 해로의 과정이다.
다음은 3단계 중에서 석가여래가 당금애기 집의 잠긴 문을 열고 들어가 하루밤을 지내고 나오기까지의 장면이다.
"금단춘아 옥단춘아 키하구 비하구 갖어 오너라."
하니까는 저 중상 허는 말이
"안됩니다. 안됩니다. 우리 절의 부처님은 키끝 비끝 간 곡식은 절대적으루 아니 받어요."
이때 당금애기 허는 말이
"세상에 곡식치구 비끝 키끝 아니간 곡식이 어디 있나니까."
이때 석가여래 허는 말이
"그건 그리하지마는 무어든지 보면은 부정하구, 아니 보면은 정갈하단 말과 같이 아니 보는데는 별 짓을 다 했어두 상관없지마는 나 보는 데는 안됩니다."
이때 당금애기 하는 말이
"그러며는 이 쌀을 쓸어 우리가 먹을 터이니 광문을 다시 한번 열어주면 다시 떠다 시주하리로다."
이때 석가여래 허는 말이
"열열하시구 똑똑하신 당금애기씨, 어찌 그런 말씀 하옵니까. 이부지자 아니어던 일구이언을 어찌하며 일부종사하였지, 이부종사 어찌하오. 하던 정성 아니되면 이만이지 다시란 말이 웬말이요."
이때 당금애기 하는 말이
"그러며는 이 쌀이 많지 않어 적지 않어 서 되 서 홉씩 되는 쌀을 어찌해야 지극한 정성이 되나니까."
석가여래 저 중상이 허는 말
"이 쌀을 정성이 지극하게 하자며는 후원 동산에 나가 광대싸리 스물한 개 꺾어다가 젓가락을 만들어 주워 담으면 지극한 정성이 되리로다."
당금애기 하는 말이
"중의 버릇 다 그러냐. 중의 행실 다 그러냐. 남의 집에 귀중처자 문밖에까지 나오게 한 것만두 무엇한데 후원 동산까지 가란 말이 웬 말이냐. 광대싸리 커녕 무당싸리도 난 모르겠다."
이와같이 말을 하니 석가여래 저 중상이 허는 말
"줄템 주구 말템 마시구료. 내가 이 쌀을 받아다가 정성드려야 망정이지 그냥 가구 본다며는 자기 부모네는 영이별이 될 것이구, 나간 지 삼일만에 무슨 기환이 또 있으리라."
이때 당금애기 부모 말만 하면 눈이 캄캄, 가슴이 답답 아무 경황이 없는지라.
에라 별수 없다, 바람도 쐴겸 바깥 구경두 할겸 한번 나가 보리로다. 십이대문 밖을 나와 눈을 크게 뜨고 내다보니 <조선땅이 적다 하더니만 내 눈이 모자라두룩 내다봐두 끝이 아니 뵈이하는구나>하며 후원 동산을 올라가는데 이날은 어느 날이냐 사월 십오일 날이었거날 이때도 가을 철수가 퍽 늦인 연고로 산국화가 만발되여 있었세라. 당금애기 거동보소. 잎은 뜯어 입에 물고, 꽃은 꺾어 머리에 꽂고 하는 말이
"네 신세나 내 신세나 피차 일반이로구나. 나는 우리 부모네가 젊어 소시적에 나를 낳셨으면 벌써 고이 곱게 길러 좋은 경사 이루셨을텐데 늦게 늦게 오십 당년에 나를 낳아 길러 요런 고생만 하는구나. 너는 따뜻한 일기 다 버리고 엄동설한 피어가지구 아침 저녁 발발 떠는 네 신세나 내 신세나 피차 일반이로구나. 네 팔자 내 팔자 두 팔자를 합하구 보니 이팔이 십육 열여섯살에 요런 고생이 또 어디있나. 공무선생이 어디 가셨나 내 팔자를 일가려주지."
하구 이싸리 저싸리 다 젖혀놓구 광대싸리만 골라댕겨 아이담뿍 훔켜 잡구 또드락 똑닥 회계를 닥어 삼칠은 이십일 스물한 개를 꺾어들고 본집으루 나려와 저 중상을 바라다보니, 금늪 파구 묻은듯이 그대루 서서 무어라구 중절중절 하는젠데, 광대싸릴 갖다주구
"엣다, 이게 광대싸린지 무당싸린지 난 모르겠다."
하고 던져 주니 석가여래 저 중상 한참 서서 바라 보더니,
"아차, 알천 광대싸리만 꺾어 왔구료. 열열하시고 똑똑하신 당금애기씨로구려."
하고, 이때 당금애기는 금단춘이 옥단춘이를 불러 너들두 와서 주어 담자 하니 석가여래 저 중상 하는 말,
"안됩니다. 우리 둘이 하는 정성 저 사람네들이 들으면 부정타서 아니되오."
하고 말을 하니 당금애기 헐일없이 그 쌀을 앉어 주어 담는데, 석가여래 저 중상의 거동보소. 한 개도 줘 담고 꺾어버리고 두 개두 줘담구 꺾어버린다. 당금애기 하는 말,
"아니 여보 이 중상아. 그 애써 꺾어 온 광대싸리를 한 개두 줘담구 꺾어버리구, 두 개두 줘 꺾어버리면, 이쌀을 다 주어 담자며는 몇 짐을 꺾어 드려두 못당하겠구료."
석가여래 저 중상 허는 말,
"열열허시구 똑똑하신 당금애기씨, 어찌 그런 말씀하옵니까. 당금애기씨는 부친의 진짓상을 차리실 때 잡숫던 식기 씼지두 않구 그냥 놓오."
하거날 당금애기 할일 없이 그 쌀을 주여담다 보니 광대싸리는 다 꺾어 버렸는데, 그 바랑을 보니 바랑에는 쌀이 하나두 아니 담겼거늘, 그제서야 허는 말,
"아니 여보 이 중상아, 아까는 밑빠진 바랑이라 쌀이 아니 담겼다 하지마는 분명히 내가 기웠는데 이번에는 아니 댕기는 뜻이 무슨 뜻이오."
하거날 석가여래 허는 말,
"그거야 날더러만 나무라면 어찌하오. 우리들의 정성이 부족하여 아니 담기는 걸 어찌하오."
당금애기씨 허는 말,
"그러면은 어찌하여야 이 쌀이 바랑에 댕겨 있나니까."
하구 말을 하니 석가여래 저 중상이 허는 말,
"이 쌀이 바랑에 댕겨있게 하자며는, 당금애기 부친에 식기 수저를 내여다가 식기에 주어 담어 바랑에 부면 쌀이 담겨 있나니다."
이때 당금애기 하는 말이,
"남의 집의 왕후정승의 식기 수저 내 오란 말이 웬 말이요."
하거날 석가여래 허는 말,
"현재 사람은 나가 살어 오실지 죽어 오실지 모르는데 그릇만 위하고 있음 대단하오."
당금애기 생각하니 그도 그럴듯하여 할일 없이 금단춘이더러 식기 수저를 내오라 하야 가지구 식기에 주어담어 바랑에 부니 그제서야 댕겨있기 시작한다. 그 쌀을 다 주어담구나니 일락서산 해는 지구, 월출동녘 달이 돋았는제라. 일어시자 말자 별안간 광풍이 일더니만 저 중상 떨어진 춘포장삼 펄펄 날려 당금애기씨 어깨에 얹혀있구, 당금애기씨 치마폭은 펄펄 날여 저 중상의 어깨에 얹히거날, 이때 당금애기씨 허는 말이,
"미련한 중상 다 보았네. 남녀유별두 모르는가."
하거날 이때 석가여래 허는 말이,
"남녀유별두 내가 알고, 일부종사두 내가 알지마는 자기는 조금 비켜나면 못할 노릇 되나니까."
이때 당금애기씨 허는 말이,
"그러나 저러나 일락이 되구 월출되여 밤이 돌아오니 어서 가오 바삐 가오."
하거날 석가여래 허는 말이,
"열열하구두 똑똑하시구료. 일락이 되면 월출이 될 줄 어찌 알며, 월출이 되면 밤이 되는 줄 어찌 아오. 그러나 저러나 우리게 풍속과는 다르구료. 우리 서천국에서는 들밭에 나갔다가두 해가 져서 밤이 되면 인간처엘 찾아와서 밤을 새우는 풍속인데, 여기 풍속은 인간처엘 왔다가 밤이 되면 들밭으루 나가는 풍속입니까. 나를 문깐이라두 잠간 빌려 주면 오늘 밤에 인간처에서 세구 가던 자구가던 이 밤을 넘길 것이 아니야요."
당금애기 하두 구찮구 괴로운 생각이 있으므로 문간을 허락하구 들어갔거날. 이때 석가여래 거동보소. 앉어 보고 서서보고 촘촘이 살피더니,
"미안하오. 당금애기씨 미안하오. 여기서두 못 자겠오."
"거기서는 왜 못자오."
"여기서 밤을 새우려 하였더니 원근성이 두려워서 오늘밤은 못 자겠아오니 안마당을 잠간 빌리시면 오늘 밤을 새구 가리로다."
당금애기 생각하니 문깐주나 마당주나 일반이라 마당을 허락하였거날, 석가여래 저 중상에 거동보소. 종일토록 문지방 하나 새를 두고 싸우다가 마저 넘어서게 되었거날, 문깐 넘어서서 안마당엘 앉어보구 서서보구 촘촘이 살피더니,
"미안하오, 당금애기씨 미안하오. 여기서 세우려 하였더니 벼락대신이 두려워서 참 정말 못 새우겠오."
당금애기 허는 말이
"그러면 어디서 새우랴 합니까."
석가여래 허는 말,
"나를 마루대청 빌려주면 편히 앉어 새구 가리로다."
이때 당금애기 생각하니 일반이라 마루를 허락하였에라. 저 중상에 거동보소 앉어보구 서서보구 촘촘이 살피더니만,
"미안하옵니다. 여기서두 못 새우겠오."
당금애기 허는 말,
"거기서는 왜 못새오."
석가여래 하는 말이,
"여기서 새우려 하였더니 성주지신이 두려워서 참 정말 못 새우겠오."
당금애기씨 허는 말이,
"우리 집이 팔십여칸 너른 집, 실낫같은 자기 몸 하나 잘 곳이 없으니 초가삼간만두 못하구료. 어서가오 바삐가오."
석가여래 허는 말,
"나는 잘 곳이 있지마는 허락할른지 모르겠오."
이때 당금애기씨는 구찮구 괴로운 생각이 있으므로 허락할 곳임 허락하구 못 할 곳임 못 할 터이니 그러지 말고 바로 정당하게 말을 하라고 재촉하는젠대, 석가여래 저 중상이 하는 말이,
"나를 후원별당을 빌려주면 오늘밤을 새구 가리로다."
당금애기 그 소리를 듣더니만 생산같은 입에 천둥같이 호령한다.
"이때에 부모 이별 내가 어찌 널더러 당하란 말은 아니 할 터이니, 어서 가거라 바삐가라. 동기일신이 아니어던 거기 주란 말이 웬말이요. 일가친척이 아니어던 한방 쓰잔 말이 웬 말이야. 어서 가거라 바삐 가라."
석가여래 저 중상이 허는 말,
"후원 별당이 간반이 아닙니까. 한칸에다 병풍치구 왼칸에 자기 삼인이 자구, 반칸은 나를 주면 내외 체통이 분명허지 않습니까."
이때 당금애기 생각하니 그도 그럴듯하여 어찌 할 수 없는지라, 금단춘 옥단춘이더러 후원 별당에 병풍을 쳐라하니 병풍 치구나서 저 중상더러 들어라 하였거날, 석가여래 저 중상에 거동보소. 그제서야 신발을 벗어 놓고 들어가 앉어서 살펴보니 참 진정 볼 만하다. 동벽상을 바라보니 청학 쌍쌍 그려있구, 남벽상을 바라보니 적학 쌍쌍 그려있다. 당금애기는 아랫칸에 들고 석가여래는 윗칸에 들었는데, 이때 금담춘이 옥단춘이는 그제서야 저녁상을 차리는 젠데 당금애기씨 진지상은 은소반에 은식기에 은수저에 육초반상을 차려 드렸거늘 당금애기씨 허는 말,
"저 중상도 저녁줘라."
하니, 옥단춘이는 그 중상에 저녁상을 차릴 적에 종일투룩 고생한 생각을 하여가며 특별히 차리느라고 차리는 제다. 귀떨러진 개다리 소반을 주어다 놓구 절뚝바리 목저에다 모지랑 수깔에다 지게진 파리가 들랑날랑하게 밥을 한사발 꽉 눌러 담아 저 중상의 저녁상을 갖다 주니, 석가여래 저 중상 그 상을 받아 병풍을 걷어치고 안방에 내려오며
"아차 놓쳤구나. 이것두 내 복에 닿지 않어서 놓쳤구나."
하길래 당금애기 깜짝 놀래 쳐다보니 참 자기 눈으루두 볼 수 없는 상이 하나 놓였거늘, 이 때 금단춘이 옥단춘이 불러 호령한다.
"인간차별 어찌 그리 하느냐. 음식칭하 하느냐. 너들은 어찌하여 그다지 음식칭하 하느냐. 나는 느만 못하여서 종일토록 그 중상의 시중하였단 말이더냐. 못하느니 못하느니 인간차별 못하느니 음식칭하 못하느너니."
하고 이때 그 상을 내여 주며 어서 갖다 다시 저 중상을 저녁상을 차려주라 하거날, 금단춘 옥단춘이 어느 영이라 아니 들을 수 없는지라 저 중상의 저녁상을 다시 차려다 주었거날, 그제서야 받어 놓구
"아미타불 아미타불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하고 나더니만 감지덕지 먹었세라. 그 상을 들려내구 그대루 그 자리에 누워 잠을 이루는지라. 또한 당금애기씨두 종일투룩 후원동산까지 갔다 온 연고로 몸이 고달퍼여 그대루 누워 잠을 이루는 젠데, 때는 어느 때냐 밤 삼경이 되었는데 당금애기씨는 꿈을 꾸는 제다.
꿈에 현몽하기를 청룡 황룡이 여의주를 다퉈가며 등창에서 등천하는 꿈을 꾸었거날, 이 때 깨구보니 금단춘이 옥단춘이 그때까지 앉어 풍금묻기 자세묻기루다 밤시간을 넘기구 있는 제라. 이 때 당금애기 허는말
"어느 때나 되였느냐."
"예, 밤 삼경이 되었읍니다."
"그러며는 꽤 오래 되였으니 어서 자자구나."
하고 금단춘이 앞에 뉘고 옥단춘이 뒤에 뉘고 등촉을 도까 머리맡에 놓고 잠을 이루는 젠데, 때는 어느때냐 밤 오경이 되였거늘 이제두 또다시 꿈을 꾸는 젠데, 천상신관이 내려와서 구슬 세 개를 주길래 그걸 받어보니, 몸두 곱구 빛두 좋와 손에 담뿍 쥐여두 보구, 입에 담뿍 물어두 보구, 옷고름에 넣어두 보구, 허리춤에 넣어두 보다 깨어보니 꿈이더라. 그러다가 등촉이 꺼졌거날 다시 등촉을 돋구구 보니 자기 덮구 자든 천여는 간 곳 없구 낮에 보던 떨어진 춘포장삼이 덮였거날, 병풍을 걷어치구 저 중상을 보니 저 중상이 갖다깔구 덮구 자는 제라, 버럭 잡아 댕기면서,
"중놈의 버릇 다 그러냐 .중놈의 행실 다 그러냐."
하고 이때 잡아댕기니 석가여래 저 중상은 깜짝 놀래 일어나며,
"내가 무슨 죽을 죄를 젔길래 이다지 무례 막대하게 깹니까."
하니 당금애기 하는 말이,
"아니 아니 이 중상아, 남의 집이 귀중 처녀 덮구자는 천여를 네가 어찌 갖다 덮구 자나니까."
석가여래 저 중상 하는 말,
"나는 빛두 좋구 탐두 나서 깔구 덮구 잤거니와, 자기는 나의 떨어진 춘포장삼 무엇이 탐이 나서 깔구 덮구 잤나니까."
이에 당금애기 하는 말이,
"내가 그것이 탐이 나서 그런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나를 육축으루 그리 하였나부."
석가여래 하는 말,
"나도 이것이 탐이나서 그런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나를 육축으루 그리 하였나부."
이와같이 말을 하니 당금애기씨 하는 말이
"어서가오 바삐 가오."
하거날, 이때 석가여래 허는 말,
"가기는 내가 가겠으나 찾일 일이 있을 터이니, 나의 주소 성명 잊지마오. 나는 서천 서역국 금불암에 사는 중이오, 이름은 석가여래 나이는 갑자생 생일은 사월초파일 오시 탄생이니 잊지말구 찾이시오."
이 때 당금애기씨 허는 말,
"너 찾을 리가 만무로다. 일가족속 아니어던 너 찾을 리 만무로다. 동기일신 아니어던 너 찾을 리 만무로다. 어서가오 바삐 가오."
하니 석가여래 저 중상이 허는 말,
"가기는 가겠으나 당금애기씨가 밤 삼경쯤 되어 꿈 꾼 일이 있을 터이니 꿈얘기를 하여주면 해몽이나 하고 가리로다."
이 때 당금애기씨 허는 말이,
"남의 집의 귀중처녀 꿈을 꿨던 무얼했던 너의 무슨 상관되어, 어서 가오 바삐 가오."
말을 하니 석가여래 저 중상이 허는 말이,
"여자로서 남자 앞에 꿈얘기하기 어려와 못 할 터이니 꿈얘기두 내가 하고 해몽도 내가 헐가. 당금애기씨 밤 삼경쯤 되어 꿈을 꾸되 청룡 황룡이 여의주를 다토아 가며 등창으로 등천하는 꿈을 꾼 일이 있지않소."
당금애기 저 중상이 남의 꿈 꾼 것을 하도 이상하게 가르켜 내는 것이 하도 이상하여,
"그러며는 그 꿈이 무슨 꿈일가요."
하고 물었세라. 석가여래 저 중상이 하는 말,
"그 꿈은 다른 꿈이 아니오라 청룡은 자기 직성, 황룡은 내 직성."
이와 같이 해몽하니 당금애기씨 하는 말,
"아니 청룡은 내 직성 황룡은 자기 직성이라 하면 어째 한데 흩어져서 가며 등천하는 뜻은 무슨 뜻이요."
하고 물었세라. 석가여래 저 중상이 허는 말,
"나는 서천 살고, 자기는 조선 사는데 한방에서 병풍으로 새를 두고 잠을 자다 천여를 다투는 뜻은 무슨 뜻이오. 이걸루다 해득이라."
이 때에 당금애기씨,
"그러며는 오경쯤 되어 꿈을 꾸었는데 그때 무슨 꿈을 꾸었겠오."
하니 이때 석가여래 허는 말이,
"당금애기씨, 밤 오경쯤 되어 꿈 꾼 것은 천상선관 나려와서 구슬 세 개 주는 것을 받아들고 몸두 곱구 빛두 좋아 두 손에 담뿍 쥐여두 보구 입에 담뿍 물어두 보구 옷고름에 넣어두 보구 허리춤에 넣어두 보다 깬 일이 있지 않소."
당금애기 하두 남 꿈 꾼 것을 어찌 그리 잘 알어내나 하고,
"그 꿈 꾼 것은 무슨 꿈일가요."
하고 물으니 석가여래 저 중상이 하는 말이,
"그 꿈은 다른 꿈이 아니오라 아들 삼태 하리로다."
이때 당금애기 열이 벌컥나서 자던 베개로 넘겨치며,
"중놈의 행실 다 그러냐 .중놈에 행실 다 그러냐. 어서 가거라 바삐 가라. 남의집이 귀중처녀 보구 삼태간 말이 웬 말이냐. 어서 가거라 바삐 가거라."
하구 재촉하니 석가여래 저 중상이 허는 말,
"가기는 가겠으나 나 찾을 일이 있을 것이니 나 간지 칠 년만이면 나를 찾을 일이 있을 터이니 주소 성명 잊지마오. 나는 서천 서역국 금불암에 사는 성은 왕가요, 이름은 석가여래, 나이는 갑자생 생일은 사월초파일 오시 탄생이니 잊지 말구 찾이시오."
당금애기씨 허는 말,
"너 찾을 일이 만무로다. 어서 가거라 바삐 가라."
하니 석가여래 그제서야 신발을 부스럭 부스럭 신더니만 별안간 온데 간데 없었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