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우리소리

상대별곡

한들 약초방 2015. 9. 25. 16:49

상대별곡

 

 

1장

華山南 漢水北 千年勝地                           화산남 한수북 천년승지

廣通橋  雲鐘街 건나드러                          광통교 운종가 건너드러

落落長松 亭亭古栢 秋霜烏府                       낙락장송 정정고백 추상오부

위 萬古淸風ᄉ景 긔 엇더니잇고                  위 만고청풍경ㅅ 긔 엇더하니 잇고

(葉) 英雄豪傑 一時人才 英雄豪傑 一時人才         영웅호걸 일시인재 영웅호걸 일시인재

위 날조차 몃부니잇고                             위 날조차 몃부니잇고

 

※ 북한산의 남쪽, 한강의 북쪽,

옛날부터 이름 난 경치 좋은 땅, 광교, 종로 건너 들어가

휘휘 늘어진 소나무, 우뚝 솟은 잣나무(사직의 원로 대신), 위엄 있는 사헌부

청렴한 모습 그것이 어떠합니까?

영웅 호걸 당대의 인재들 영웅 호걸 당대의 인재들

나를 위시하여 몇 사람입니까? 

 

 

2장

鷄旣鳴 天欲曉 紫陌長堤                           계기명 천욕효 자맥장제

大司憲 老執義 臺長御史                           대사헌 노집의 대장어사

駕鶴驂鸞 前呵後擁  辟除左右                     가학참란 전가후옹 벽제좌우

위 上臺ᄉ景 긔 엇더니잇고                      위 상대ㅅ경긔 엇더하니잇고

(葉) 싁싁뎌 風憲所司 싁싁뎌 風憲所司          싁싁한뎌 풍헌소사 싁싁한뎌 풍헌소사

위 振起頹綱ᄉ景 긔 엇더니잇고                  위 진기퇴강ㅅ경긔 엇더하니잇고

 

※ 닭이 홰를 치고 울어 새벽이 오자, 하늘은 훤히 밝아 날이 새는데,

서울의 길게 쭉쭉 뻗은 길로,

司憲府 으뜸인 大司憲과 늙은 執義 그리고 掌令 持平들이,

아름다운 학무늬 가마와 난새무늬 수레를 타고 上臺하는데,

앞에서는 잡인의 접근을 막으며 고함치고, 뒤에서는 擁衛하며 좌우의 잡인을 물리치매,

아! 사헌부 관원들이 등청하는 광경, 그것이야말로 어떻습니까?

그 모습도 엄숙하구려, 사헌부의 모든 관원들이여

아! 퇴폐한 기강을 다시 떨쳐 일으키는 광경, 그것이야말로 어떻습니까?

 

 

3장

各房拜 禮畢後 大廳齊坐                           각방배 예필후 대청제좌

正其道 明其義 參酌古今                           정기도 명기의 참작고금

時政得失 民間利害 救弊條條                       시정득실 민간이해 구폐조조

위 狀上ᄉ景 긔 엇더니잇고                      위 장상ㅅ경긔 엇더하니잇고

(葉) 君明臣直 大平聖代 君明臣直 大平聖代         군명신직 태평성대 군명신직 태평성대

위 從諫如流ᄉ景 긔 엇더니잇고                  위 종간여류 ㅅ 경긔 엇더하니잇고

 

※ 각방에 소속된 관원들이 대사헌에게 재배하는 예가 끝난 뒤,

대청에 관원들이 나란히 앉아,

인간의 상도를 바루고 의를 밝혀,

고금 사례들을 이리저리 비추어보아 알맞게 헤아리매,

그때그때 정사의 득실과 백성들의 이해에 관한 폐해를 조목조목 구제해 주느니,

아, 문서로 올리는 광경, 그것이야말로 어떻습니까?

임금은 밝게 다스리고 신하는 직언만 일삼느니, 태평하고 성대한 치세에,

아! 신하들이 간하는 말을 임금께서 좇음이 물 흐르듯 하는 광경,

그것이야말로 어떻습니까?

 

 

4장

圓議後 公事畢 房主有司                            원의후 공사필 방주유사

脫衣冠 呼先生 섯거 안자                           탈의관 호선생 섯거 안자

烹龍 鳳 黃金醴酒 滿鏤臺盞                        팽용포봉 황금례주 만루대잔

위 勸上ᄉ景 긔 엇더니잇고                       위 권상ㅅ 경긔 엇더하니잇고

(葉) 즐거온뎌 先生監察 즐거온뎌 先生監察          즐거온뎌 선생감찰 즐어온뎌 선생감찰

위 醉흔ᄉ景 긔 엇더니잇고                       위 취혼ㅅ 경긔 엇더하니잇고

 

※ 圓議席을 편 뒤, 공무를 마친 방주감찰과 유사들이,

의관을 벗고 '선생'이라 부르면서 한자리에 섞여 앉으니,

용을 삶고 봉을 구운 것처럼 진귀한 요리에다,

황금 빛 도는 청주와 단술들을 여러 무늬를 아로새긴 쇠붙이술잔에다 가득 부어,

아! 권하여 올리는 광경, 그것이야말로 어떻습니까?

즐겁구려, 선임이신 감찰이여,

아! 취한 광경, 그것이야말로 어떻습니까?

 

5장

楚澤醒吟이아 너는 됴녀                  초택성음이아 녀는 됴하녀

鹿門長往이아 너는 됴녀                  녹문장왕이아 녀는 됴하녀

明良相遇 河淸盛代예                       명량사우 하청상대 예

馬會集이아 난 됴이다                    총마회집이아 나 됴하이다

 

※ 屈原이 초나라 懷王때 충직한 신하로 瀟湘水가로 귀양가서, "온세상이 다 흐려 있으나,

나 홀로 맑았다네.

뭇 사람들이 다 취하여 있으나, 나 홀로 깨어 있었네"라 읊은,

굴원처럼 충신으로 일관되게 충절을 지키는 신하가 되는 것이, 너는 좋은가?

아니면 漢末 龐德公이 鹿門山에 약초를 개러 들어갔다가 영영 돌아오지 않은 것처럼,

벼슬길을 아예 단념하고 속세를 숨어 사는 은사가 되는 것이, 너는 좋은가?

현명한 임금과 충량한 신하들이 새세상에 서로 만난 것은,

황하물이 천년만에 한번 맑아지면 성군이 나타나듯,

태평성대가 도래한 이 때에,

청총마를 타고 오는 훌륭한 벼슬아치들의 모임이야말로, 난 좋습니다.

 

★사헌부는 새 왕조의 기강을 바로잡는 기관이다. 서릿발 같은 기세로 새 왕조에 반대하는 세력을 규찰하고 엄격한 질서를 수립하는 중대한 임무를 맡았으니, 거기서 일하는 관원은 위의(威儀)가 대단하고 자부심도 남다르다는 관점에서 그러한 취지를 펴고자 이 작품을 지었다고 본다. 작품의 내용을 보면 1장은 새 왕조의 도읍터가 천년승지임을 말하고, 이어서 서울의 거리와 서헌부의 엄숙한 기풍 및 관원들의 기상과 자기 과시를 노래했다. 2장은 사헌부 관원들의 등청하는 광경에서 씩씩하고 믿음직한 자태를 묘사하였으며, 3장은 임금의 현명함과 신하의 충직한 모습을 그리면서 태평성대를 구가했다. 4장은 관원들이 일을 끝내고 술잔치에서 즐기는 장면을 노래하였으며, 5장은 어진 임금과 충성스런 신하들이 어우러진 태평성대에 훌륭한 인재들의 모임이 더욱 좋다는 것을 노래하였다. 이처럼 사헌부에서 하는 일을 하나씩 서술하면서 자부심이 공연한 것이 아님을 제시하였다. 5장은 이러한 감격을 총괄하느라고 경기체가의 특유한 형식에서 이탈한 것이다. 격정적인 감정의 표출은 형식읠 틀을 벗어나고자 하는 충동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장르상으로 볼 때는 경기체가에 귀속되며, 형성기의 경기체가로서 장르양식을 굳혀가는 과도기적 모습을 보이는 작품으로 주목된다. 또 경기체가 최초의 작품인 한림별곡의 표현양식을 적극 수용한 점에서 두 작품 사이의 맥락을 짚어볼 수 있다. 이 노래는 '군명신직지사(君明臣直之詞)'라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면서 성종대의 연향에서 가창되었고(성종실록 권200), 사헌부의 소미연(燒尾宴: 선비의 자제가 처음으로 진사에 합격한 때 행하는 잔치)에서나(증보문헌비고 권107), 사헌부 관원들의 주연에서도 노래 불리었다는 기록(용재총화)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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