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정철의 관동별곡
★ 江강湖호애 病병이 깁퍼 竹듁林님의 누엇더니,
關관 東동 八팔百백里니에 方방面면을 맛디시니,
어와 聖셩恩은이야 가디록 罔망極극하다.
延연秋츄門문 드리다라 慶경會회南남門문 바라보며,
下하直직고 믈너나니 玉옥節졀이 알패 셧다.
平평丘구驛역 말을 가라 黑흑水슈로 도라드니,
蟾셤江강은 어듸메오, 雉티岳악이 여긔로다.
※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고치질 못할 고질병(泉石膏황: 천석고황)이 되어,
창평에서 한가로이 지내고 있었는데,
(임금님께서) 8백 리나 되는 강원도 관찰사의 직분을 맡겨 주시니,
아아, 임금님의 은혜야말로 갈수록 그지없다.
경북궁 서문인 연추문으로 달려 들어가
경회루 남쪽 문을 바라보며 임금님께 하직을 하고 물러나니,
이미 임금님의 신표인 옥절이 앞에 서 있다.
평구역(양주)에서 말을 갈아 타고 흑수(여주)로 돌아드니,
섬강(원주)는 어디인가? 치악산(원주)이 여기로구나.
★ 昭쇼陽양江강 나린 믈이 어드러로 든단 말고.
孤고臣신 去거國국에 白백髮발도 하도 할샤.
東동州쥐 밤 계오 새와 北븍寬관亭뎡의 올나하니,
三삼角각山산 第뎨一일峯봉이 하마면 뵈리로다.
弓궁王왕 大대闕궐 터희 烏오鵲쟉이 지지괴니,
千쳔古고 興흥亡망을 아난다, 몰아난다.
淮회陽양 녜 일홈이 마초아 가탈시고.
汲급長댱孺유 風풍彩채를 고텨 아니 볼 게이고.
※ 소양강의 흘러내리는 물이 어디로 흘러든다는 말인가
(임금 계신 한강으로 흘러들겠지)?
임금 곁을 떠나는 외로운 신하가 서울을 떠나매
(우국지정으로) 백발이 많기도 많구나.
동주[철원]의 하룻밤을 겨우 새우고(날이 새자마자) 북관정에 오르니,
임금 계신 서울의 삼각산 제일 높은 봉우리가 웬만하면 보일 것도 같구나.
옛날 태봉국 궁예왕의 대궐 터였던 곳에 까막까치가 지저귀니,
한 나라의 흥하고 망하던 역사를 아느냐? 모르느냐?
이 곳이 옛날 한(漢)나라에 있던 '회양'이라는 이름과 공교롭게도 같구나.
중국의 회양 태수(太守)로 선정을 베풀었다는
급장유의 풍채를 이 곳 회양에서 다시 볼 것이 아닌가?
★ 營영中듕이 無무事사하고 時시節졀이 三삼月월인 제,
花화川쳔 시내길히 風풍岳악으로 버더 잇다.
行행裝장을 다 떨티고 石셕逕경의 막대 디퍼,
百백川쳔洞동 겨태 두고 萬만瀑폭洞동 드러가니,
銀은 가탄 무지게, 玉옥 가탄 龍룡의 초리,
섯돌며 뿜난 소래 十십里리의 자자시니,
들을 제난 우레러니 보니난 눈이로다.
※ 감영 안이 무사하고, 시절이 삼월인 때,
화천(花川)의 시냇길이 금강산으로 뻗어 있다.
행장을 간편히 하고, 돌길에 지팡이를 짚고,
백천동 옆을 지나서 만폭동 계곡으로 들어가니,
은같은 무지개 옥같은 용의 꼬리 같은
폭포가 섞어 돌며 내뿜는 소리가 십리 밖까지 퍼졌으니,
멀리서 들을 때에는 우뢰소리(천둥소리) 같더니,
가까이서 보니 눈이 날리는 것 같구나!
★ 金금剛강臺대 맨 우層층의 仙션鶴학이 삿기 치니
春츈風풍 玉옥笛뎍聲셩의 첫잠을 깨돗던디,
縞호衣의玄현裳샹이 半반空공의 소소 뜨니,
西셔湖호 녯 主쥬人인을 반겨셔 넘노난 닷.
※ 금강대 맨 꼭대기에 학이 새끼를 치는데, 옥피리처럼
들리는 봄바람 소리에 선잠을 깨었던지,
흰 저고리 검은 치마로 단장한 학이 공중에 치솟아 뜨니,
서호의 옛 주인 임포를 반기듯 나를 반겨 넘나들며 노는 듯하구나!
★ 小쇼香향爐노 大대香향爐노 눈 아래 구버보고,
正졍陽양寺사 眞진歇헐臺대 고텨 올나 안잔마리,
廬녀山산 眞진面면目목이 여긔야 다 뵈나다.
.어와, 造조化화翁옹이 헌사토 헌사할샤.
날거든 뛰디 마나, 셧거든 솟디 마나.
芙부蓉용을 고잣난 닷, 白백玉옥을 믓것난 닷,
東동溟명을 박차난 닷, 北북極극을 괴왓난 닷.
놉흘시고 望망高고臺대, 외로올샤 穴혈望망峰봉이
하날의 추미러 무사 일을 사로리라
千쳔萬만劫겁 디나다록 구필 줄 모라난다.
어와 너여이고, 너 가타니 또 잇난가.
※ 소향로봉과 대향로봉을 눈 아래 굽어보고,
정양사 뒤 진헐대에 다시 올라 앉으니,
여산같이 아름다운 금강산의 참모습이 여기서야 다 보인다.
아아, 조물주의 솜씨가 야단스럽기도 야단스럽구나.
봉우리들이 하늘로 날거든 뛰지 말거나,
섰거든 솟지 말거나, 부용을 꽂았는 듯,
백옥을 묶었는 듯, 동해를 박차는 듯,
북극성을 괴고 있는 듯하구나.높기도 하구나 망고대여,
외롭기도 하구나 혈망봉이 하늘에 치밀어
무슨 일을 아뢰려고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굽힐 줄 모르는가?
(그 지조가 놀랍구나.) 아, 너(망고대, 혈망봉)로구나.
너같은 높은 기상을 지닌(지조가 높은) 것이 또 있겠는가?
★ 開개心심臺대 고텨 올나 衆듕香향城셩 바라보며,
萬만二이千쳔峯봉을 歷녁歷녁히 혀여하니
峰봉마다 맷쳐 잇고 긋마다 서린 긔운,
맑거든 조티 마나, 조커든 맑디 마나.
뎌 긔운 흐터 내야 人인傑걸을 만달고쟈.
形형容용도 그지업고 體톄勢세도 하도 할샤.
天텬地디 삼기실 제 自자然연이 되연마난,
이제 와 보게 되니 有유情졍도 有유情졍할샤.
毗비盧로峰봉 上샹上샹頭두의 올나 보니 긔 뉘신고.
東동山산 泰태山산이 어나야 놉돗던고.
魯노國국 조븐 줄도 우리난 모라거든,
넙거나 넙은 天텬下하 엇띠하야 적닷말고.
어와 뎌 디위랄 어이하면 알 거이고.
오라디 못하거니 나려가미 고이할가.
※ 개심대에 다시 놀라 중향성을 바라보며
만 이천 봉을 똑똑히 헤아리니,
봉마다 맺혀 있고, 산끝마다 서린 기운,
맑거든 깨끗하지 말거나, 깨끗하거든 맑지나 말 것이지,
맑으면서도 깨끗하니,
저 맑고 깨끗한 기운을 흩어 내어 뛰어난 인재를 만들고 싶구나.
모습도 그지없고 형세도 다양하다.
천지가 생겨날 때에(만 이천 봉이)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지만,
이제 와서 보게 되니 조물주의 깊은 뜻이 담겨 있구나.
금강산의 제일 꼭대기에 올라 본 사람이 누구이신가?(아마도 없으리라.)
(공자님은 동산에 올라 노나라가 작음을 알고, 태산에 올라 천하를 작다고 했으니,)
동산과 태산의 어느 것이 높던고? 노나라가 좁은 줄도 우리는 모르는데,
하물며 넓거나 넓은 천하를 공자는 어찌하여 작다고 했는가?
아! 공자와 같은 그 높고 넓은 경지를 어찌하면 알 수 있겠는가?
(공자의 호연지기를 도저히 따를 수 없네.)
오르지 못하는데 내려감이 이상할까
★ 圓원通통골 가난 길로 獅사子자峰봉을 차자가니,
그 알패 너러바회 化화龍룡쇠 되어셰라.
千쳔年년 老노龍룡이 구배구배 서려 이셔,
晝듀夜야의 흘녀 내여 滄창海해예 니어시니,
風풍雲운을 언제 어더 三삼日일雨우랄 디련난다.
陰음崖애예 이온 플을 다 살와 내여사라.
磨마訶하衍연 妙묘吉길祥샹 雁안門문재 너머 디여,
외나모 써근 다리 佛블頂뎡臺대 올라하니,
千쳔尋심絶졀壁벽을 半반空공애 셰여 두고,
銀은河하水슈 한 구배랄 촌촌이 버혀 내여,
.실가티 플텨이셔 뵈가티 거러시니,
圖도經경 열두 구배, 내 보매난 여러히라.
李니謫뎍仙션 이제 이셔 고텨 의논하게 되면,
廬녀山산이 여긔도곤 낫단 말 못 하려니.
※ 원통골의 좁은 길을 따라 사자봉을 찾아가니,
그 앞의 너럭 바위가 화룡소(化龍沼)가 되었구나.
마치 천 년 묵은 늙은 용이 굽이굽이 서려 있는 것같이
밤낮으로 물을 흘러 내어 넓은 바다에 이었으니,
(저 용은)바람과 구름을 언제 얻어 흡족한 비를 내리려느냐?
그늘진 낭떠러지에 시든 풀을 다 살려 내려무나.(선정의 포부가 나타나 있다.)
마하연, 묘길상, 안문재를 넘어 내려가 썩은 외나무 다리를 건너
불정대에 오르니 천 길이나 되는 절벽이 공중으로 솟아있고,
(폭포가 쏟아지는 모습이)
은하수 큰 굽이를 마디마디 잘라내어 실처럼 풀어서 베처럼 걸어 놓았으니,
산수도경에는 열 두 굽이로 그려 놓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보다 더 되어 보인다.
만일, 이백이 지금 있어서 다시 의논하게 되면,
여산 폭포가 여기(십이 폭포)보다 낫다는 말은 못 할 것이다.
★ 山산中듕을 매양 보랴, 東동海해로 가쟈사라.
藍남輿여 緩완步보하야 山산映영樓누의 올나하니,
玲녕瓏농 碧벽溪계와 數수聲셩啼뎨鳥됴난 離니別별을 怨원하난 닷,
旌졍旗기를 떨티니 五오色색이 넘노난 닷,
鼓고角각을 섯부니 海해雲운이 다 것난 닷.
鳴명沙사길 니근 말이 醉취仙션을 빗기 시러,
바다할 겻태 두고 海해棠당花화로 드러가니,
白백鷗구야 나디 마라, 네 버딘 줄 엇디 아난.
※ 내금강 산중의 경치만 매양 보겠는가? 이제는 동해로 가자꾸나.
남녀를 타고 천천히 걸어서 산영루에 오르니,
눈부시게 반짝이는 푸른 시냇물과 여러 소리로
우짖는 산새는 나와의 이별을 원망하는 듯하고(감정이입),
깃발을 휘날리니 오색 기폭이 넘나드는 듯하며,
북과 나팔을 섞어 부니(풍악을 울리니) 바닷구름이 다 걷히는 듯하다.
모랫밭 길에 익숙한 말이 취한 신선(작자)을 비스듬히 실어,
바다를 곁에 두고 해당화 핀 꽃밭으로 들어가니,
백구야 날지 마라, 내가 네 벗인 줄 어찌 아느냐?
★ 金금蘭난窟굴 도라드러 叢총石셕亭뎡 올나하니,
白백玉옥樓누 남은 기동 다만 네히 셔 잇고야.
工공垂슈의 셩녕인가, 鬼귀斧부로 다다만가.
구타야 六뉵面면은 므어슬 象샹톳던고.
※ 금란굴 돌아들어 총석정에 올라가니,
옥황 상제가 거처하던 백옥루의 남은 돌기둥이 다만 네 개만 서 있는 듯하구나.
옛날 중국의 명장(名匠)인 공수(工수)가 만든 공작품인가?
조화를 부리는 귀신의 도끼로 다듬었는가?
구태여, 육면으로 된 돌 기둥은 무엇을 본 떴는가?
★ 高고城셩을란 뎌만 두고 三삼日일浦포랄 차자가니,
丹단書셔난 宛완然연하되 四사仙션은 어대 가니,
예 사흘 머믄 後후의 어대 가 또 머믈고.
仙션遊유潭담 永영郞낭湖호 거긔나 가 잇난가.
淸쳥澗간亭뎡 萬만景경臺대 몃 고대 안돗던고.
梨니花화난 발셔 디고 졉동새 슬피 울 제,
洛낙山산 東동畔반으로 義의相샹臺대예 올라 안자,
日일出출을 보리라 밤듕만 니러하니,
祥샹雲운이 집픠난 동, 六뉵龍뇽이 바퇴난 동,
바다해 떠날 제난 萬만國국이 일위더니,
天텬中듕의 티뜨니 毫호髮발을 혜리로다.
아마도 녈구름 근쳐의 머믈셰라.
詩시仙션은 어대 가고 咳해唾타만 나맛나니
天텬地디間간 壯장한 긔별 자셔히도 할셔이고.
※ 고성은 저 만큼 두고 삼일포를 찾아가니,
그 남쪽 봉우리 벼랑에 '영랑도 남석행'이라고 쓴 붉은 글씨가 뚜렷이 남아 있으나,
이 글을 쓴 사선은 어디 갔는가? 여기서 사흘 동안 머무른 뒤에 어디 가서 또 머물렀던고?
선유담, 영랑호 거기나 가 있는가? 청간정,
만경대를 비롯하여 몇 군데서 앉아 놀았던가?
배꽃은 벌써 지고 소쩍새 슬피 울 때,
낙산사 동쪽 언덕으로 의상대에 올라 앉아,
해돋이를 보려고 한밤중쯤 일어나니,
상서로운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나는 듯,
여러 마리 용이 해를 떠받치는 듯,
해가 바닥에서 솟아오를 때에는 온 세상이 흔들리는 듯하더니,
하늘에 치섯아 뜨니 가는 터럭도 헤아릴만큼 밝도다.
혹시나 지나가는 구름이 해 근처에 머무를까 두렵구나(이백의 시구 인용).
이백은 어디 가고(간신배가 임금의 은총을 가릴까 염려스럽다는) 시구만 남았느냐?
천지간 굉장한 소식이 자세히도 표현되었구나.
★ 斜샤陽양 峴현山산의 척텩촉튝을 므니발와
羽우蓋개芝지輪륜이 鏡경浦포로 나려가니,
十십里리 氷빙紈환을 다리고 고텨 다려,
長댱松숑 울흔 소개 슬카장 펴뎌시니,
믈결도 자도 잘샤 모래랄 혜리로다.
孤고舟쥬 解해纜람하야 亭뎡子자 우해 올나가니,
江강門문橋교 너믄 겨태 大대洋양이 거긔로다.
從둉容용한댜 이 氣긔像샹, 闊활遠원한댜 뎌 境경界계,
이도곤 가잔 대 또 어듸 잇닷 말고.
紅홍粧장 古고事사랄 헌사타 하리로다.
江강陵능 大대都도護호 風풍俗쇽이 됴흘시고,
節졀孝효旌졍門문이 골골이 버러시니
比비屋옥可가封봉이 이제도 잇다 할다.
※ 석양 무렵 현산의 철쭉꽃을 잇따라 밟으며,
새깃으로 뚜껑을 한 우개지륜을 타고 경포로 내려가니,
십 리나 뻗쳐 있는 얼음같이 흰 비단을 다리고 다시 다린 것 같은,
맑고 잔잔한 호숫물이 큰 소나무 숲으로 둘러싼 속에 한껏 펼쳐져 있으니,
물결도 잔잔하기도 잔잔하여 물 속 모래알까지도 헤아릴 만하구나.
한 척의 배를 띄워 호수를 건너 정자 위에 올라가니,
강문교 넘은 곁에 동해가 거기로구나.
조용하구나 경포의 기상이여,
넓고 아득하구나 저 동해의 경계여,
이 곳보다 아름다운 경치를 갖춘 곳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과연 고려 우왕 때 박신과 홍장의 사랑이 호사스런 풍류이기도 하구나.
강릉 대도호부의 풍속이 좋기도 하구나.
충신, 효자, 열녀를 표창하기 위하여 세운 정문이 동네마다 널렸으니,
즐비하게 늘어선 집마다 모두 벼슬을 줄 만하다는
요순 시절의 태평 성대가 지금도 있다고 하겠도다.
★ 眞진珠쥬館관 竹듁西셔樓루 五오十십川쳔 나린 믈이
太태白백山산 그림재랄 東동海해로 다마 가니,
찰하리 漢한江강의 木목覓멱의 다히고져.
王왕程뎡이 有유限한하고 風풍景경이 못 슬믜니,
幽유懷회도 하도 할샤, 客객愁수도 둘 듸 업다.
仙션사사랄 띄워 내여 斗두牛우로 向향하살가,
仙션人인을 차자려 丹단穴혈의 머므살가.
※ 진주관[삼척] 죽서루 아래 오십천의 흘러 내리는 물이
(그 물에 비친)
그림자를 동해로 담아(옮겨)가니,
차라리 그 물줄기를 임금 계신 한강으로 돌려 서울의 남산에 대고 싶구나.
관원의 여정은 유한하고,
풍경은 볼수록 싫증나지 않으니,
그윽한 회포가 많기도 많고,
나그네의 시름도 달랠 길 없구나.
신선이 타는 뗏목을 띄워 내어 북두성과 견우성으로 향할까?
사선을 찾으러 단혈에 머무를까?
★ 天텬根근을 못내 보와 望망洋양亭뎡의 올은말이,
바다 밧근 하날이니 하날 밧근 무서신고.
갓득 노한 고래, 뉘라셔 놀내관대,
블거니 쁨거니 어즈러이 구난디고.
銀은山산을 것거 내여 六뉵合합의 나리난 닷,
五오月월 長댱天텬의 白백雪셜은 므사 일고.
※ 하늘의 맨 끝을 끝내 못보고 망양정에 올랐더니,
(수평선 저 멀리) 바다 밖은 하늘인데 하늘 밖은 무엇인가?
가뜩이나 성난 고래(파도)를 누가 놀라게 하기에,
물을 불거니 뿜거니 하면서 어지럽게 구는 것인가?
은산을 꺾어 내어 온 세상에 흩뿌려 내리는 듯,
오월 드높은 하늘에 백설(파도의 물거품)은 무슨 일인가?
★ 져근덧 밤이 드러 風풍浪낭이 定뎡하거날,
扶부桑상 咫지尺쳑의 明명月월을 기다리니,
瑞셔光광 千쳔丈댱이 뵈난 닷 숨난고야.
珠쥬簾렴을 고텨 것고, 玉옥階계랄 다시 쓸며,
啓계明명星셩 돗도록 곳초 안자 바라보니,
白백蓮년花화 한 가지랄 뉘라셔 보내신고.
일이 됴흔 世세界계 남대되 다 뵈고져.
流뉴霞하酒쥬 가득 부어 달다려 무론 말이,
英영雄웅은 어대 가며, 四사仙션은 긔 뉘러니,
아매나 맛나 보아 녯 긔별 뭇쟈 하니,
仙션山산 東동海해예 갈 길히 머도 멀샤.
※ 잠깐 사이에 밤이 되어 바람과 물결이 가라 앉거늘,
해 뜨는 곳이 가까운 동햇가에서 명월을 기다리니,
상서로운 빛줄기가 보이는 듯하다가 숨는구나.
구슬을 꿰어 만든 발을 다시 걷어 올리고 옥돌같이 고운 층계를 다시 쓸며,
샛별이 돋아오를 때까지 꼿꼿이 앉아 바라보니,
저 바다에서 솟아오르는 흰 연꽃같은 달덩이를 어느 누가 보내셨는가?
이렇게 좋은 세상을 다른 사람 모두에게 보이고 싶구나.
(온 백성에게 은혜가 골고루 미치도록 선정을 베풀고 싶다.)
신선주를 가득 부어 손에 들고 달에게 묻는 말이,
"옛날의 영웅은 어디 갔으며, 신라 때 사선은 눅누구더냐?"
아무나 만나 보아 영웅과 사선에 관한 옛 소식을 묻고자 하니,
선산이 있다는 동해로 갈 길이 멀기도 하구나.
★ 松숑根근을 볘여 누어 픗잠을 얼픗 드니,
꿈애 한 사람이 날다려 닐온 말이,
그대랄 내 모라랴, 上샹界계예 眞진仙션이라.
黃황庭뎡經경 一일字자랄 엇디 그랏 닐거 두고,
人인間간의 내려와셔 우리랄 딸오난다.
져근덧 가디 마오 이 술 한 잔 머거 보오.
北븍斗두星셩 기우려 滄챵海해水슈 부어 내여
저 먹고 날 머겨날 서너 잔 거후로니,
和화風풍이 習습習습하야 兩냥腋액을 추혀 드니,
九구萬만里리 長댱空공애 져기면 날리로다.
이 술 가져다가 四사海해예 고로 난화
億억萬만 蒼창生생을 다 醉취케 맹근 후의,
그제야 고텨 맛나 또 한 잔 하잣고야.
말 디쟈 鶴학을 타고 九구空공의 올나가니,
空공中듕 玉옥簫쇼 소래 어제런가 그제런가.
나도 잠을 깨여 바다할 구버보니,
기픠랄 모라거니 가인들 엇디 알리.
明명月월이 千쳔山산萬만落낙의 아니 비쵠 대 업다.
※ (드러난) 소나무 뿌리를 베고 누워 선잠이 잠깐 드니,
꿈에 한 사람이 나에게 이르기를, "그대를 내가 모르겠느냐?
그대는 하늘 나라의 신선이라,
황정경 한 글자를 어찌 잘못 읽고 인간 세상에 내려와서 우리를 따르는가?
잠깐 동안 가지 마오. 이 술 한 잔 먹어 보오.
" 북두 칠성과 같은 국자를 기울여 동해물 같은 술을 부어 저도 먹고 나에게도 먹이거늘,
서너 잔을 기울이니 온화한 봄바람이 산들산들 불어 양 겨드랑이를 추켜 올리니,
아득한 하늘도 웬만하면 날 것같구나.
"이 신선주를 가져다가 온 세상에 고루 나눠 온 백성을 다 취하게 만든 후에,
그 때에야 다시 만나 또 한 잔 하자꾸나."
말이 끝나자, 신선은 학을 타고 높은 하늘에 올라 가니,
공중의 옥퉁소 소리가 어제던가 그제던가 어렴푹하네.
나도 잠을 깨어 바다를 굽어보니,
깊이를 모르는데 하물며 가인들 어찌 알리.
명월이 온 세상에 아니 비친 곳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