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우리소리

하회(河回)별신굿 탈놀이

한들 약초방 2015. 10. 2. 17:14

하회(河回)별신굿 탈놀이

 


*해설 : 하회 별신굿 탈놀이는 경북 안동의 하회마을에서 전승돼 온 가면극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농촌가면극으로, 오광대나 산대놀이, 해서 탈춤 등의 도시가면극에 비해 공연방식이나 내용이 원초적이고 소박한 편이다. 별신굿의 제차(祭次)에 맞추어 놀이가 진행되는 것으로, 그 과장(科長) 가운데는 종교적 의미를 지니는 것들이 여럿 포함돼 있다. 연극의 측면에서 볼 때, 파계승과 양반을 풍자하고 서민생활의 고통을 드러내는 것 등이 주요한 주제를 이루는데, 특히 양반을 희화화하고 풍자하는 대목이 흥미롭게 엮어져 있다.

* 자료 : 이는 유한상 제공(이재호 정리), "하회별신가면무극대사", 한국문학 20, 1975를 옮긴 것이다. 원문을 그대로 싣되, 체재와 표기법은 다소 수정하였다. 서대석 편, 구비문학, 해냄출판사, 1997에도 이 자료가 수록돼 있다.

제1과장 강신(降神)

성황당에 오색포(五色布)를 느린 성황대가 서있고 성줏대가 세워져 있다. 산주(山主)와 광대들이 별신 행사를 하도록 강신(降神)하여 달라고 기도한다.

무녀 : 안동 성황님하, 팔도강산 성황님하, 오방지신 성황님하, 하회동 무진생 성황님하, 다로 다리 다리러 다로리 다로리 로마하 하도람 하도람 하도람 다리러 로마하 다리렁 디러리 디러리. 무진생 정월에 별신굿을 드리오니 나리소서 나려주소 슬스리 나리소서. 성황대에 나리소서.

(무녀의 주문 기도가 끝나면 성황대에 신령(神鈴)이 운다. 무녀는 주악에 맞추어 춤춘다. 다시 엎드려 성황당에 절한다.)

제2과장 주지

무녀는 엎드려 절하고 있고 주지탈을 손에 든 광대가 붉은 보자기로 전신을 가리고 머리 위로 올린 두 손으로 딱딱 입을 개폐(開閉)시켜 소리를 내면서 나온다. 양쪽으로 갈라서서 사방을 돌아다니며 춤춘다. 옷가지를 입에 물어서 성황대에 건다. 주지가 춤을 추면서 나가면 무녀 일어나 한바퀴 춤을 추면서 나간다.

<채록자 주 : 마을 아낙네들 가운데 아이를 낳지 못하는 부인이 성황대에 옷을 걸면 아기를 낳을 수 있다 하여, 옷을 주지가 입에 물고 성황대에 걸어놓을 수 있는 좋은 자리에 놓아둔다. (옷은 속곳 바지)>


제3과장 삼석놀음

삼석놀음은 광대들이 나와서 놀이하는 게 아니고 무녀가 토끼같이 귀가 난 가면을 쓰고 나와서 여러가지 형태의 춤을 추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자료가 없어 전하지 않고 있으며 또한 놀이에 관한 것도 찾을 길이 없다.

제4과장 파계승(破戒僧)

박자에 맞추어서 각시가 춤을 추며 나온다.

각시 : (사방을 살핀다.) 누구 아무도 없나? (춤을 추다가 중단하고 갑자기 소변을 보아야 할 급한 행동으로 사방을 살피다가 앉아서 오줌을 눈다. 시원한 느낌의 몸을 떤다.)

중 : (춤을 추던 각시가 오줌누는 광경을 목격한다.) 허허 저게 뭐로? 거참 이상하다. (각시의 소변 본 자리에 가서 사방을 살핀다. 엎드려 소변본 자리의 흙을 모아 쥐고 서서 냄새를 맡는다. 성(性)에 대한 쾌감을 느끼는 듯한 형용의 괴기한 웃음.) 흐흐흐 아이구 냄새야---찌른내야. (손바닥을 툭툭 턴 다음 합장하며)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절망과 체념이 뒤섞여) 에라--중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저기 각시하고 춤이나 추고 놀자.

각시 : (비로소 중이 온 것을 깨닫고 반대방향으로 춤추며 간다.)

중 : (각시에게 다가서려다 망설인다. 다시 다가가서 각시의 어깨를 툭 치며) 여보 각시……

각시 : 애이고 깜짝이야, 세상에 중이 다--- (다시 반대쪽으로 간다.)

중 : (멋을 낸다.) 어흠 나도 이만하면 사내대장부지. (각시에게 다시 다가서며) 여보 각시, 나도 사람인데, 우리 같이 춤이나 추고 놀아 봅시다. (애원하듯 각시의 팔을 잡는다.)

각시 : 애이고 별꼴이야. (중의 손을 뿌리치며 반대쪽으로 간다.)

중 : 허허 여보 각시 사람 괄시하지 마소. 일, 일가산에 늙은 중이, 이, 이가산에 가는 길에, 삼, 삼로(三路) 로상에서, 사, 사대부녀(士大夫女)를 만나, 오, 오줌냄새를 맡고, 육, 욕정이 치밀어서, 칠, 칠보단장 안해도, 팔, 팔자에 있건없건, 구, 구별할 게 뭐 있소. 십, 씹이나 한번 주소.

각시 : 아이고 세상 참 말세(末世)로다. 일, 일부(一婦)가 되었다가, 이, 이부(二夫)를 섬길손가. 삼, 삼강오륜(三綱五倫)을 알아보니, 사, 사정을 통할손가. 오, 오너라 이 중놈아, 육, 육관사를 걸쳐메고, 칠, 칠가사를 걸쳐메고, 팔, 팔도강산 다니면서, 구, 구구이 배운 것이, 십, 씹 달라고? 네 에미한테 가서 달라 그래라.

중 : 허허 각시 우리 그러지 말고 춤이나 추고 놀아 봅시다.

각시 : (중의 끈덕진 유혹에 이끌리어 춤춘다.)

초랭이 : (방정맞게 콩콩 바쁜 제자리걸음으로 뛰어나오다가 각시와 중이 춤추는 광경을 보고 놀라는 표정이다.) 아이고 우습다. 세상에 이런 일도 다 있노? (깔깔댄다.)

중·각시 : (초랭이가 나온 것을 알고 당황하여 중이 각시를 업고 나간다. 이때 각시는 신발이 벗겨진 한 짝을 줍지도 못하고 중의 등에 업혀 나간다.)

제5과장 양반 선비 세도자랑

초랭이 : 아? 각시하고 중놈하고 어디 갔노? 아-- 저리로 도망가는구나. (각시와 중이 달아난 쪽으로 바쁜 제자리걸음으로 뛰다가) 아이고? 요게 뭐로? 아-- 각시 신이구나. (각시가 흘리고 간 꽃신을 품에 안고 혼자 좋아서 몸을 비틀다가 넘어진다.) 아이고 궁둥이야. (일어나 쩔룩쩔룩거리며 관중들에게 신을 줄듯 줄듯 하면서 춤을 춘다.) 보소? 이거 이쁘지? 이거 줄까? 안돼! 보소? 이거 이쁘지? 이거 줄까? 안돼! (갑자기 무엇인가를 생각해낸 듯이) 아 참? 우리 양반을 불러와야지. (조착조착 뛰어가면서) 양반요? 양반요 빨리 오소 빨리.

양반 : 어흠. (거드름을 피우면서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나온다.)

양반 : (귀찮다는 듯이) 이놈! 이놈이 왜 이리 수답노? (부채로 초랭이의 벙거지를 툭 친다.)

초랭이 : (무안하여 어쩔줄 모르다가) 양반요? 각시하고 중하고 춤추다가 도망갔어요.

양반 : 뭣이라고? 허허 망측한 세상이로다. (주위를 빙빙 돌며 세상을 개탄하듯 부채질을 한다.)

선비 : (이매를 앞세우고 나온다.)

초랭이 : 이매야 이노마야.

이매 : (비실비실 바보스런 걸음걸이로 초랭이 쪽으로 걸어오며) 왜 이노마야.

초랭이 : (귓속말로) 아까 중하고 각시하고 춤추다 도망갔대이.

이매 : 허허 우습다 우스워. (비실비실 선비에게 가서) 선비 어른요. 아까 중하고 각시하고 춤추다가 도망갔다 그래요.

선비 : (신경질적으로) 뭣이라고, 에이 고약한지고. (담뱃대 재를 땅바닥에 탁탁 턴다.)

초랭이 : (이매에게 가서 꽃신을 가지고 이매와 주고받다가 껴안으며 수작한다.)

양반 : (그 광경을 보고 못마땅스러운 듯 부채를 집어 벙거지를 때리며) 이놈! 거기서 그러지 말고 부네나 불러오너라.

초랭이 : (바쁜 제자리걸음으로 뛰어나가 부네를 데리고 나온다.)

부네 : (요사스럽게 춤을 추며 몸을 비비 꼬아대면서 나온다.)

초랭이 : (부네의 엉덩이를 만지면서 냄새를 맡는다.)

부네 : (초랭이를 때리려고 하지만 손이 뒤로 가다가 그만둔다.)

초랭이 : (조착조착 뛰어와서) 양반요 부네 왔니더.

양반 : (부채질을 하다가) 어디 어디?

부네 : 양반 내 여기 왔잖나.

양반 : 부네야 국추단풍(菊秋丹楓?)에 지체후만강(氣體候萬康)하시며 보동댁이 감환(感患)이 들어 자동양반 문안드리오.

부네 : 그 문안 감사하오나 감자 한 쌍은 왜 왔오?

양반 : 허허허 그곳이 하도 험악하와 보호자로 왔나이다. 수목은 울창하고 양대꽃이 만발하니 들어가기만 하면 백혈(白血?)을 토하고 죽어가기에 보호자로 왔나이다.

부네 : 하도 감사하와 버선 한 켤레 아뢰나이다.

양반 : 허허 예 부네야. (양반 부네 어울려 춤춘다.)

선비 : (그 광경을 보고 못마땅하여) 엑키! 고약한지고. 에헴 에헴.

부네 : (양반과 춤추다가 선비의 기침 소리를 듣고 선비에게 간다.) 선비 어른 내 여기 왔잖나?

선비 : 오냐 오냐 부네야. (부네를 안듯이 춤춘다.)

양반 : (기분이 좋아서 혼자서 춤추다가 그 광경을 보고 어쩔줄 모르며) 아니? 저런 저 망할년의 요부(妖婦)가? 어흠 어흠.

부네 : (양반의 기침 소리에 다시 양반에게 간다.) 양반 내 여기 있잖나.

양반 : (좋아서 어쩔줄 모르는 듯이) 오냐 오냐.

부네 : (양반과 어울려 춤추다가 선비를 본다.)

선비 : (부네와 눈길이 마주치자) 아니 저런 저 요망한 계집년 봤나? 에헴 에헴.

부네 : (다시 선비에게 간다.)

양반 : (그 광경을 보고) 아니 저놈의 선비가? 옳거니 여보게 선비, 이리 좀 오게. 저길 보면 좋은 구경이 있네. (선비에게 마을쪽을 가리키고 나서 부네에게 간다.)

선비 : (양반이 가리킨 쪽을 바라보다가 아무것도 없자 돌아서서 놀라며) 아니? 저놈의 양반이? (양반에게 간다.) 여보게 양반 이리 오게. 저기에서 각시들이 목욕을 하고 있네.

부네 : (선비와 양반을 바라보며) 호호호, 내 때문에 저래 싸우는구나.

양반 : (선비가 가리킨 쪽을 바라보다가 돌아서며) 아니? 저놈의 선비가? 나를 속여? 여보게 선비, 자네가 감히 내 앞에서 이럴 수가 있는가?

선비 : 그렇다면 자네가 진정 나한테 이럴 수가 있는가?

양반 : 아니 그럼 자네 지체가 나만 하단 말인가?

초랭이·이매 : (자기 상전의 세도 자랑을 흉내낸다.)

양반 : 암 낫고 말고.

선비 : 뭣이 나아, 말해 봐.

양반 : 나는 사대부(士大夫)의 자손인데……

선비 : 뭐 사대부? 나는 팔대부(八大夫)의 자손일세.

양반 : 허허 팔대부는 또 뭐야?

선비 : 팔대부는 사대부의 갑절이지.

양반 : 우리 할아버지는 문하시중(門下侍中)이거던.

선비 : 아-- 문하시중 그까짓거? 우리 아버지는 바로 문상시대(門上侍大)인데……

양반 : 문상시대! 그건 또 뭐야?

선비 : 문하(門下)보다는 문상(門上)이 높고 시중(侍中)보다는 시대(侍大)가 크단 말일세.

양반 : 그것참 별꼴 다 보겠네.

선비 : 지체만 높으면 제일인가?

양반 : 그러면 무엇이 또 있단 말인가?

선비 : 첫째 학식이 있어야지. 나는 사서삼경(四書三經)을 다 읽었네.

양반 : 뭣이, 사서삼경? 나는 팔서육경(八書六經)을 다 읽었네.

선비 : 도대체 팔서육경은 어디 있으며 대관절 육경은 또 뭐야?

초랭이 : (방정맞게 양반과 선비 사이로 뛰어들며) 헤헤헤, 나도 아는 육경 그럿도 모르니껴? 팔만대장경, 중의 바래경, 봉사의 안경, 약국의 길경, 처녀 월경, 머슴의 쇄경.

이매 : 그것 맞다 맞어.

양반 : (흐뭇한 표정으로) 이것들도 아는 육경을 선비라는 자가 몰라?

선비 : (혀를 차면서) 우리 싸워야 피장파장이니 그러지 말고 부네나 불러 노세.

양반 : 암, 좋지. 예 부네야 우--욱

부네 : (양반과 선비가 자기 때문에 싸우는 모양을 지켜보다가 호들갑스런 춤을 추며 나온다.)

양반, 선비, 부네 어울려 춤을 춘다. 양반이 부네와 춤을 추면 선비가 양반을 밀치고 부네를 껴안듯이 자기 쪽으로 데리고 가서 춤을 추고 양반도 그와 같은 행동을 한다.

할미 : (양반, 선비, 부네가 춤추고 노는 게 흥에 겨워 나온다. 양반과 선비 사이를 번갈아 보다가 부네와 선비가 어울려서 춤추는 사이에 양반과 짝이 되어 춤춘다.)

양반 : (흥에 겨운 어깨춤으로 빙빙 돌다가 부네가 없고 할미를 보자 화가 나서) 아니? 이놈의 늙은 할망구가? 엑끼 이 할미야! (할미를 밀어 버린다.)

할미 : (뒤로 나가 자빠질 뻔하다가 화가 나서) 이놈? 양반아 너도 나처럼 늙어봐. (선비에게 간다. 부네가 옆에서 춤추는 줄 알고 선비는 팔을 들어 도포자락을 늘이고 춤을 춘다.)

선비 : (양반과 마찬가지로) 아니 이 요망한 할망구가? 엑끼 이 할망구야. (할미를 밀어제치고 부네에게 간다. 양반과 부네 사이에 끼어들어 부네와 마주보며 끌어안듯이 춤을 춘다.)

할미 : 옉끼 이놈, 너도 똑같은 놈이구만. 에이고 나가야지.

초랭이 : (콩콩 바쁜 걸음으로 뛰어나오다가 할미를 본다.) 할매요? 어디 가노? 내하고 춤추고 노시더.

할미 : 그래, 그래, 초랭이가 제일이지?

(양반, 선비, 초랭이, 이매 춤을 추고 있다.)

백정 : (심술궂은 걸음걸이로 배꼽이 보이고 가슴을 앞으로 쑥 내밀고 뒤에 허리 받침의 오른손에는 소불알을 들었다.) 헤헤헤 꼴들 참 좋다. (춤추는 광대들을 바라보다가 양반과 선비 사이로 뛰어들면서) 샌님? 알 사이소?

양반 : (깜짝 놀라며) 이놈! 한창 신나게 노는데 알이라니?

백정 : 알도 모르니껴?

초랭이 : (양반과 선비 사이로 뛰어 나오면서) 달걀, 눈알, 새알, 대감 통불알.

백정 : (호탕하게 웃으며) 맞았다 맞어, 불알이야 불알. (소불알을 흔들흔들거린다.)

선비 : 이놈! 불알이라니?

백정 : 소불알도 모르니껴?

양반 : 이놈! 쌍스럽게 소불알은 어짠 소리냐. 안 살테니 썩 물러가거라.

백정 : 소불알을 먹으면 양기(陽氣)에 억시기 좋다는데……

선비 : 뭣이 양기에 좋다? 그럼 내가 사지.

양반 : (부네와 수작을 하다가 황급히 나서며) 야가 나한테 먼저 사라고 했으니 이것은 내 불알이야. (백정이 쥔 소불알을 잡는다.)

선비 : (백정이 쥔 소불알을 잡으며) 아니 이것은 결코 내 불알이야. (양반과 선비는 서로 소불알을 잡고 당긴다.)

백정 : 아이구 내 불알 터지니더?

할미 : (양반, 선비, 백정이 서로 잡아당기다가 떨어뜨린 소불알을 쥐고) 쯔 쯔 쯔 소불알 하나를 가지고 양반은 지 불알이라 하고 선비도 지 불알이라 하고 백정놈도 지 불알이라 하니 도대체 이 불알은 뉘 불알인고? 육십 평생을 살아도 소불알 가지고 싸우는 꼴들은 첨 봤다 첨 봤어. 에이고, 몹쓸 인간들이라니.

(양반과 선비는 부끄러운 행동으로 나가고 그 뒤를 따라 광대들 모두 나간다.)

제6과장 살생(殺生)

백정이 도끼와 칼을 들고 나온다. 잔인한 표독의 춤을 춘다. 소가 나타난다. (소울음 소리) 본능적으로 소에게 덤벼든다. 소에게 받쳐 나가 떨어진다. 다시 일어나 소를 죽인다. 껍질을 벗기고 소의 염통과 불알을 끊어쥐고 마을 사람들에게 사라고 한다.

백정 : 염통 사소 염통요. 아직 뜨뜻한데 이대로 썰어서 회를 해먹어도 좋고 불고기 중에는 소 염통이 제일 좋다는데 불고기 감으로 안 살라니껴? 허허 아무도 안 사네? 그럼 염통 사먹지 말고 쓸개나 염통 없는 양반들 사서 넣으소. 사람 것보다 커서 오줄 없는 양반네 오줄 생기고 염치 없는 양반네들 염치 생기니더. 허허허 여기 있는 양반들 다 오장 쓸개가 바로 박힌 양반들인 모양이지? 자 그렇다면 진짜 소불알 사소, 지 돈 주고 지 양기 돋굴라 하는데 누가 뭐라고 하니껴? 왜 우물쭈물 하지? 공자(孔子)도 자식 낳고 살았지요. 자식을 볼라면 양기 쉬기 전에는 다른 도리가 없을겠시더. 헤헤헤, 이것들 모두 점잖바람에 이놈의 장사 망쳤네 망쳤어. (칼과 도끼를 손에 들고 휘두르며 특이한 춤을 춘다. 갑자기 천둥을 알리는 징소리 벼락치는 소리에 놀란 백정이 허겁지겁 나간다.)

제7과장 살림살이

베틀에는 할미가 앉아 베를 짜면서 노래한다. (가사 내용은 일평생 살림살이의 고달픔을 노래한 것.)

<채록자 주 : 할미가 불렀을 것으로 추측이 되는 노래 가사를 현지 하회마을에서는 찾을 수 없고 다만 이와 비슷한 내용으로 전해지는 가사가 안방에서부터 전해오는 것을 필자가 조사한 바 있다. 이 노래는 도산면 일대와 서후면과 임동면 풍산면 일대에서 조금씩 틀리게 구전되어 오는 것을 모아 정리한 만큼 그 지역마다 노래의 이해도가 다른 부락 구조의 성격에 따라 불려졌을 것으로는, [하회별신굿놀이]의 제7과장에 나오는 살림살이의 고달픔을 노래한 것과 거의 비슷한 것으로, 대략의 윤곽은 그래도 드러나 있음을 찾을 수 있어 여기에 소개한다.>



춘아춘아 옥당춘아 성황당에 신령님에

시단춘이 춘일런가 시집간지 사흘만에

이런일 또있단가 열다섯살 젊은년이

과부될줄 안다면은 시집갈년 누(누구)이던가

바디집아 치는소리 아구답답 내팔자야

일평생을 시집살이 베틀다리 두다리요

서방다리 두다리는 내다리 두다리요

내다리 서방다리 쌍을지은 두다리요

서방님요 서방님요 바디집아 치는소리

우리낭군 목소리요 살림살이 어떤가베

에고에고 묻지마소 시집온날 입은치마

분홍치마 눈물되고 다홍치마 행주되니

살림살이 말도마소 삼대독녀 외동딸이

시집온지 사흘만에 청춘과수 왠말이요

저양반네 씨종살이 씨종살아 얻은삼을

짜투리고 어울쳐도 삼시세끼 좁싸래기

사흘염천(炎天) 긴긴해를 허리매고 배가고파

저선비네 씨종살이 디리썩썩 나리싹싹

독수공방 밥메기나 바디집아 치는소리

모진삶을 말도마소



떡다리 : 할미는 일평생 베를 짜도 새옷 한 번 못 입고-- 성황당에 옷도 한번 걸어보지 못하면서……

할미 : 팔자가 그런 걸 도리 있나?

떡다리 : 성황당에 옷을 걸어보면 복이 저절로 들어 올건데.

할미 : 그럴 팔자가 안되는 걸, 떡다리 같은 소리 되게 하네.

떡다리 : 그런데 내가 어제 장에서 사온 청어는 벌써 다 먹었노?

할미 : 어제 저녁에 내가 아홉마리 당신 한 마리, 오늘 아침에 내가 아홉 마리 당신 한 마리 두 두름 다 먹었지.

떡다리 : 어디 저렇게 먹으니 이가 다 빠지지. (마을 풍경을 노래한다.)



제8과장 환재(還子)



광대 전원이 모여서 춤을 추고 노는데 별채가 나와서 환재 바치라고 외치면 전원이 당황한 표정을 짓는데 별채는 온갖 난폭한 행동을 함부로 한다.

<채록자 주 : 환재 제도는 국가에서 춘궁기에 백성들에게 곡물을 대여하였다가 추수 후에 수납하는 것인데 국가의 의도와는 어긋나게 관리들이 중간 착취를 하여 백성을 몹시 괴롭게 하였던 것을 풍자한 것이다.>



제9과장 혼례



총각과 각시가 혼례식을 올린다. (이때 혼례식용 자리를 가져가면 복을 받는다고 하여 사람들은 다투어서 자리를 사서 바친다.)



제10과장 신방(新房)



총각과 각시의 결혼 초야에 각시가 총각이 잠든 후 궤를 열면 각시의 간부인 중이 나와서 총각을 살해한다.

할미 : (주안상을 차려들고 신방에 넣어준다.)

각시 : (주안상을 마주놓고 총각에게 술을 따라 권한다)

초랭이 : (문구멍을 뚫어서 이 광경을 들여다보며 안절부절이다.)

이매 : (부네와 수작을 하면서 나온다.)

초랭이 : (떠들지 말라고 하며 문구멍을 가리킨다.)

부네 : (문구멍으로 들여다본다.)

이매 : (못 보아서 애를 쓴다.)

초랭이 : (부네 뒤로 가서 궁둥이를 어루만지다가 냄새를 맡으며 몸을 비비 꼰다.)

이매 : (화가 나서 부네에게 심술을 부린다. 부네의 사타구니 속으로 손을 집어넣고 다시 부네의 하반신을 더듬어 내려간다.)

부네 : (이매의 뺨을 때린다는 게 옆에 서서 문구멍을 들여다보고 있는 초랭이를 때린다.)

초랭이 : (발을 동동 구르며 부네에게 달려든다.)

이매 : (부네에게 응큼한 동작을 하면서 초랭이를 부네에게 밀어준다.)

초랭이 : (부네를 안고 좋아한다.)

부네 : (조용히 빠져 나온다.)

이매 : (부네를 데리고 밖으로 달아난다.)

초랭이 : (혼자 좋아하다가 없어진 부네와 이매를 찾아 나간다.)

각시 : (살며시 문을 열고 나와 사방을 살피다가 다시 방안으로 들어가 궤짝을 연다.)

중 : (궤짝 속에서 나온다.)

각시 : (중에게 안기며 몸부림친다.)

중 : (각시를 안고 알았다는 듯이 몸을 비벼댄다.)

각시 : (중의 품에서 빠져나와 다시 사방을 살핀다.)

중 : (잠자는 총각의 코에 귀를 대고 숨소리를 들은 뒤 음흉한 웃음을 보인다. 칼을 높이 치켜들어 잠든 총각을 가슴을 향하여 내리 찌른다.)

각시 : (이 광경을 문구멍으로 보다가 몸서리를 친다.)

중 : (피묻은 칼을 높이 치켜들고 호탕하게 웃는다.)

(각시, 중은 서로 얼싸안고 성욕에 가득찬 행동의 몸을 비벼대다가 번민의 춤을 춘다. 각시를 따라 중이 나간다.)

<채록자 주 : 위의 제10과장 신방은 하회마을에 구전되어 오는 것을 그대로 적은 것이며, 대사가 없이 행동만으로 표현 전달이 가능한 판토마임 같은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제11과장 헛천굿(거리굿)



별신 행사의 최종일 음력 정월15일 마을 앞길에서 제물을 차려놓고 모든 귀신들이 하회 동네에 침범하지 못하게 굿을 울린다. <채록자 주 : 광대들은 저마다 자기의 독특한 춤을 한 사람씩 차례로 춤춘다.>

무녀 : (강신 주문) 동방에 지국천왕님하 남방에 광목천왕님하 남무사방에 전자천자 천왕님하 북방산에 마미사문 천왕님하 내외에 항사목 천왕님하, 무진생 성황님하 다러 디리 데러 디로 로마하 하도람 다리러 다로링 다리러. 정월이월 드는액운 삼월삼진 막아내고 사오월 드는액운 유월유두(流頭) 막아내고 칠월팔월 드는액운 구월구일 막아내고 시월동지(冬至) 드는액운 납월납일 막아내고 매월매일 드는액운 초랭이 장구로 막아내세.

초랭이 : (장구를 메고 나온다.)

(광대들은 초랭이 장구에 맞추어 한 사람씩 나와 춤을 추다가 삼신당 고목나무에 탈을 벗어 걸어 놓고 나간다. 주지탈과 신장대마저 봉납한 뒤에 산주(山主)의 지시를 기다린다.)



제12과장 당제(堂祭)



별신 놀이 최종일 야삼경에 성황당에 올라가서 성황대를 봉납하고 일년간의 동네 무사식재(無事息災)를 기도하고 다음에 국신당(國神堂) 삼신당(三神堂)에 차례로 제(祭)를 올리면 별신 행사가 종료되므로 광대들은 꽃벙거지를 벗어 삼신당에 걸어두고 약 15일간이나 가볼 수 없었던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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