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우리소리

동래 들놀음

한들 약초방 2015. 10. 2. 17:24

동래 들놀음

 

* 해설 : 동래 들놀음은 부산 동래 지역에서 전승돼 온 가면극으로, 신년맞이 행사의 일환으로 정월 대보름날에 공연돼 왔다. 총 4개의 마당(과장)으로 짜여 있는데, 그 중 양반을 풍자 공격하는 양반마당과 서민생활의 갈등을 그린 할미마당이 중심을 이룬다. 여기서는 그 중 할미마당을 실었다. 이 마당은 한 할미의 뜻밖의 죽음을 통해 서민의 삶에 얽혀 있는 모순을 되돌아보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전반부가 매우 희극적인 데 비하여 극 종반으로 가면서 비장(悲壯)의 요소가 나타나 극의 분위기를 변화시키는 점이 관심을 끈다.

* 자료 : 아래 자료는 천재동의 '동래들놀음 연희본'을 표기법을 정돈해 옮긴 것이다. 원문은 심우성 편저, 한국의 민속극, 1975, 104-108면에 실려 있다.

4. 할미마당

잽이들이 신명지게 탈판을 돌면서 한바탕 흥을 돋구다가 한 곳에 자리잡으며 새로운 기분으로 굿거리 장단을 울린다.

이때 누런색 동저고리에 고동색 치마를 입고 처네를 쓴 할미가 지팡이를 짚고 쪽박과 짚신을 허리에 차고 장단에 맞추어 춤추며 등장, 탈판을 돌다가 힘이 빠져 엉덩이춤을 추며 피로한 기색을 보인다. 할미의 거동은 추하고 우스꽝스런 것으로 가끔 옆구리를 극적극적 긁기도 하고 오줌을 누기도 하는데 이럴 때도 율동은 정지치 않고 항상 장단과 일치한 움직임을 보인다.

할미가 탈4판을 돌며 사방을 기웃거리다가 한 곳에 이르러 이마에 손을 얹고 발버둥치며 먼 곳을 살핀다. (장단이 멈춘다.)

할미 : 영감아. (두리번거리며 살핀다. 다시 장단에 맞추어 한동안 춤추다가 이마를 짚으며 발버둥친다.) (장단이 멈춘다.) 영감아. (다시 춤추다가 잽이의 앞에 가서 지팡이를 휘젓는다.) (장단이 멈춘다.) 여기 영감 한분 안 지나갑디까?

잽이 : 모색이 어떻게 생겼노?

할미 : 색골로 생겼지요, 키가 크고 얼굴은 갸름하며 코가 크지요.

잽이 : 그런 영감 조금 전에 이리로 지나가는 것 봤오.

할미 : 아이고 그러면 바삐 가봐야겠다.

(웅박캥캥 장단이 울리면 할미가 생기있는 춤으로 놀이판을 돌다가 한 곳에 이르러 오줌을 눈다. 이때 허술한 평복에 백색 두루마기를 입고 갓을 쓰고 손에 부채를 든 영감이 춤추며 등장하여 할미와 같은 거동으로 놀이판을 돈다. 두 사람이 한 놀이판에서 놀고 있지만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시늉을 한다. 서로 찾고 있는 것이다.)

영감 : 할맘아 할맘아. (몇 차례 부르다가 부채로 잽이 쪽을 막으면 장단이 멈춘다.)

영감 : (구경꾼을 향하여) 여보소 조금 전에 웬 할맘 하나 안 지나가던가.

잽이 : 모색이 어떻게 생겼노.

영감 : 얼골은 포르쭉쭉하고 입은 크지요.

잽이 : 그런 사람 조금 전에 이리로 지나갔오.

영감 : (그 쪽을 향하여) 할맘 할맘.

(웅박캥캥 장단이 울리면 영감은 부산하게 놀이판을 돌며 춤을 춘다. 두 사람은 서로 스치며 엇갈리는 중에 엉덩이를 뒤로 맞대고 비비기도 하고 다소 음란한 행동을 하다가 서로 얼굴을 맞대고서야 반가워서 부둥켜 안는다. 영감이 부채를 펴들면 장단이 멈춘다.)

영감 : 할맘아.

할미 : 영감아.

(웅박캥캥 장단이 다시 울리며 할미와 영감의 대무(對舞)는 절정을 이루는데 음란한 일면도 보인다. 할미가 지팡이를 들어 장단을 멈추게 하며)

할미 : 내가 영감을 찾을랴고 계림(鷄林) 팔도를 다 돌아댕겼고 면면촌촌(面面村村)이 방방곡곡이 얼개빗 틈틈이 찾다가 오늘 이 놀이판에서 만났구료.

영감 : 할맘 할맘 내 말을 들어보게. 내가 할맘을 찾을랴고 인천 제물포까지 갔다가 거기서 작은마누라 하나를 얻었네.

(할미는 영감의 말뜻을 알아듣지 못하는데 영감은 장고 장단에 춤추며 제대각시를 데리러 간다. 할미도 덩달아 엉덩춤으로 따른다.)

영감 : (멀리 대고) 제대각시! 제대각시!

(꽃고깔을 쓰고 노랑 저고리에 다홍치마, 목에 분홍 명주수건을 두른 제대각시가 춤추며 등장하면 장단이 커진다. 영감과 제대각시가 어울려 정분 게 춤추며 논다. 샘이 난 할미가 지팡이로 땅을 친다. 이윽고 땅에 퍼질러앉아 치마 밑 주머니에서 조그마한 면경을 꺼내 화장하는 형용을 하다가 지팡이를 흔들어 장단을 멈추게 한다.)

할미 : (구경꾼을 향해) 아이고 여보소 저 인물이 내보다 잘났나? 내가 더 잘났지!

(할미도 같이 어울려 3인이 가정불화의 양상을 노골적으로 춤으로 나타낸다. 제대각시에게 정분을 쏟는 영감에게 화가 난 할미는 결국 제대각시를 쫓아내려고 한다. 그러나 영감은 되려 제대각시만을 귀여워한다. 이에 화가 난 할미가 지팡이로 제대각시를 쫓아내면 그 뒤를 따르려는 영감을 할미가 가로막는다. 할미가 영감을 놀이판 한 가운데로 끌어내면, 장단을 멈추고 잽이들도 잠시 퇴장한다.)

할미 : 그런데 영감! 삼백주 통영갓은 어디다 두고 파의파관(破衣破冠)이 웬 말고?

영감 : 그것도 내 복이로다.

할미 : 명지[명주] 두루막은 어디다 두고 먹새 창옷이 웬 말고?

영감 : 그것도 내 복이로다! 그런데 할맘, 내 갈 적에 아들 삼형제를 두고 갔는데 큰 놈 내 솔방구는 어쨌노?

할미 : 떨어져 죽었다.

영감 : 뭐 떨어져 죽었다? 그래 둘쨋놈 내 돌멩이는 어쨌노?

할미 : 던져서 죽었다.

영감 : 뭐 던져서 죽었다? 그래 세쨋놈 내 딱개비는 어쨌노?

할미 : 민태서 죽었다.

영감 : 뭐 민태서 죽었다? 그래 자식 셋을 다 죽였다 말이지. 휴-- (구경꾼을 향하여) 이 사람들아 다들 보소. 이년이 아이 셋 있는 것을 죽여버리고 또 내 소실 하나 얻은 것까지 심술을 부리니 내가 어떻게 살겠나, 못살지 못살아. (할미에게) 에이 이년 죽어라 죽어. (발로 찬다.)

할미 : (두손 모아 빌며) 영감아 내가 잘못했다. 그것 복이라고, 잘 봐주소.

영감 : 아나 여깄다, 네 복 가지고 가거라. (발로 몹시 찬다.)

할미 : 아이고 아이고. (넘어졌다 다시 일어나며) 영감아 영감…… (전신을 떨다가 넘어져 끝내 죽는다.)

영감 : (넘어진 할미의 거동이 수상해서) 으응 아이고 이 일을 어야노[어찌 하노], 할맘! 할맘! (맥을 짚고 가슴에 귀를 대어보고 주무르고 부채질 한다.) 의원을 불러야지. (이리 저리 뛰면서) 의원! 의원!

(백의에 갓을 쓴 의원이 보자기를 들고 나와 할미 앞에서 앉아 맥을 짚어 보고 쓰다듬어 본다. 침을 내어 침질을 하며)

의원 : 안 죽으면 살 병이라, 에헴 없어지는 것이 상책이로다. (도망치다시피 퇴장.)

영감 : 인자는 봉사를 불러 경을 읽혀야겠다. 봉사님! 봉사님! (이리저리 뛴다.)

(백의에 갓 쓴 봉사가 북을 메고 영감의 안내를 받아 등장. 할미 앞에 앉는다.)

봉사 : 성씨가 무엇이오.

영감 : 심달래 심씨오.

봉사 : (북을 두드리며 경(經)을 외운다.) 해동 조선국 경상남도 동래읍 복천동 심달래 신운(身運)이 불행하야 우연 졸도 명재경각(命在頃刻)하였으니 천지신명은 대자대비하옵소서…… (고개를 저으며) 죽고 난 뒤에 경 읽으니 소용있나. (중얼대며 주섬주섬 챙겨 퇴장하며) 에헴 에헴 정구업지년(淨口業眞言)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영감 : 정말 죽은 게로구나. 아이고 아이고. 인자는 원한이나 없구로 무당이나 불러 굿이나 해야겠다. (퇴장한다.)

(무당들이 격식대로 등장하여 한바탕의 굿이 끝날 무렵 상복으로 갈아입은 영감을 따라 다섯 사람의 상도꾼이 등장한다. 상도꾼은 백색 바지 저고리에 백색 고깔 혹은 두건을 쓰고 행전을 쳤다. 일동은 할미를 옮겨 일단 퇴장했다가 상여를 메고 다시 등장, 놀이판을 돌며 상도놀이를 한다.

<상도 소리>

앞소리 : 이 세상 올 적에는 백년이나 살자더니 먹고진건 못다 먹고 어린 자손 사랑하며 천추 만세(千秋萬歲) 지낼려고 했더니 무정세월 여류하여 인생을 늙히는구나.

뒷소리 : 아아 어어 어어 아아.

앞소리 : 북망산천(北邙山川)이 먼 줄 알았더니 방문 밖이 북망이로다.

뒷소리 : 너화홍 너화홍 너화넘차 너화홍.

앞소리 : 황천수(黃天水)가 멀다더니 앞냇물이 황천술세. 수야수야 이억수야 너와나화 너이롱..

뒷소리 : 너화홍 너화홍 너화넘차 너화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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