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우리소리

꼭두각시 놀음

한들 약초방 2015. 10. 3. 08:25

꼭두각시 놀음

 

 

※ 해설

꼭두각시 놀음은 '박첨지 놀음', '홍동지 놀음'이라고도 하는 것으로 현전하는 한국의 유일한 전통 인형극이다. 직업적 유랑 연희패인 남사당패가 전국을 돌며 공연해 왔다. 크게 박첨지 마당과 평안감사 마당 등 두 부분으로 구성되며, 각 마당은 다시 몇 개의 거리로 나누어진다. 아래에는 평안감사 마당을 실었다. 권력을 지닌 관리의 횡포를 드러내 공격하는 것이 이 마당의 기본 주제인데, 특히 홍동지라는 벌거벗은 인물에 의한 양반 권위의 파괴가 두드러진다. 극적 형식 면에서는 '박첨지'가 등장인물 겸 해설자의 역할을 하는 점이 흥미롭다.

※자료

아래 자료는 심우성이 채록한 '꼭두각시놀음 연희본'을 재정리한 것이다. 원본은 심우성, 한국의 민속극, 창작과비평사, 1975, 307-314면에 실려 있다.





2. 평안감사 마당

첫째, 매사냥 거리

박첨지 : 아하 여보게 큰일 났네.
산받이 : 뭐가 또 큰일이여,
박첨지 : 평안감사께서 거동하신다네.
산받이 : 거 참 큰일이구나.

(박첨지 퇴장, 평안감사 등장)

평안감사 : 박가야 망가야.

박첨지 : 아 여보게 누가 날 찾나.

산받이 : 평안감사께서 찾네.

박첨지 : (가까이 가서) 네 내령했습니다.

평안감사 : 네가 박가냐.

박첨지 : 네 박간지 망간지 됩니다.

평안감사 : 너 박가거든 듣거라, 길 치도(治道)를 어느 놈이 했느냐? 썩 잡아들여라.

박첨지 : 예이. 여보게 큰일 났네.

산받이 : 왜 그려.

박첨지 : 길 치도 한 놈 잡아들이라니 큰일 났네.

산받이 : 아 잡아들여야지. 거 내게 맽기게.

박첨지 : 그러세.

산받이 : 야 진둥아.

홍동지 : (안에서) 밥 먹는다.

산받이 : 밥이고 뭐고 홍제 났다. 빨리 오너라.

홍동지 : (뒤통수로부터 나온다.) 왜 그려.

산받이 : 이놈아 거꾸로 나왔다.

홍동지 : (돌아서며) 어쩐지 앞이 캄캄하더라. 그래 왜 불렀나.

산받이 : 너 길 치도 잘했다고 평안감사께서 상금을 준단다. 빨리 가봐라.

홍동지 : 그래 가봐야지. (가까이 가서) 네 대령했습니다.

평안감사 : 네가 길 닦은 놈이냐.

홍동지 : 예이.

평안감사 : 사령.

사령 : 네이.

평안감사 : 너 저놈 엎어놓고 볼기를 때려라. 너 이놈 길 치도를 어떻게 했길래 말다리가 죄다 부러졌느냐?

(사령이 볼기를 때리려 대든다.)

홍동지 : 네 네 잘못했습니다. 그저 그저 하라는 대로 하겠습니다.

평안감사 : 이번만은 그럼 용서하겠다. 썩 물러 가거라.

(홍동지 방구를 뀌며 들어가고 평안감사 퇴장하는 듯 했다가 다시 돌아온다.)

박첨지 : 아 하 여보게 평안감사께서 행차를 띄우시려다가 산채를 보시고 꿩이 많은 듯해서 꿩사냥을 나오신다네.

산받이 : 나오라고 그러게.

대잡이 : (안에서) 평안감사 매사냥.

산받이 : 평안감사 꿩사냥.

대잡이 : (안에서) 감사 감사 매사냥.

산받이 : 감사 감사 꿩사냥.

평안감사 : 박가야 망가야.

박첨지 : 거 누가 날 찾나.

산받이 : 평안감사께서 찾네.

박첨지 : (가까이 가서) 네이.

평안감사 : 네가 박가냐? 박가면 말 들어라. 내가 산채(山砦)가 좋아 꿩이 많을 듯해서 꿩사냥을 나왔으니 몰이꾼 하나 빨리 사들여라.

박첨지 : 네. 여보게 평안감사께서 꿩사냥 하신다고 몰이꾼 하나 사달라네.

산받이 : 영감은 저쪽에 가서 망이나 보오, 내가 하나 사들이지. 얘 산너머 진둥아.

홍동지 : (안에서) 똥 눈다.

산받이 : 어서 빨리 나와.

홍동지 : 뭐라구?

산받이 : 너 삼시나 사시나 먹고 놀지만 말고 평안감사께서 몰이꾼 하나 사달래니 품팔이 가거라.

홍동지 : 얼마 준대.

산받이 : 만 냥 준댄다.

홍동지 : 가보야지. (가까이 가서) 예이.

평안감사 : 빨가벗은 놈이냐.

홍동지 : 내가 빨가벗은 놈이 아니라, 아주머니 바지 저고리를 입었오.

평안감사 : 그놈 곁말을 쓰는구나. 너 이놈아 싸리밭에 쐐기가 많다. 네 재주껏 튕겨 봐라.

(홍동지가 박첨지의 이마를 들이받으며 꿩 튕기는 시늉을 한다. 매, 꿩, 몰이꾼, 포수가 꿩사냥을 한다.)

평안감사 : 박가야.

박첨지 : 누가 또 찾나.

산받이 : 평안감사께서 몰이꾼을 잘 사서 상금 준다니 빨리 가봐라.

박첨지 : 예 박간지 망간지 갑니다.

평안감사 : 박가면 말 들어라. 네가 몰이꾼을 사주어서 꿩은 잘 잡았다만 내려갈 노비(路費)가 없으니 빨리 꿩 한마리를 팔아들여라.

박첨지 : 네 벌써 환전(換錢) 백쉰냥 푸기기전으로 부쳤으니 어린 동생 앞세우고 살짝 넘어가시오.

평안감사 : 오냐 잘 있게.

박첨지 : 아따 상냥하기는 더럽게 상냥하다.

(평안감사의 뒤를 따라 박첨지도 퇴장)



둘째, 상여거리



박첨지 : 쉬이, 여보게 큰일 났네.

산받이 : 뭐가 큰일 나.

박첨지 : 평안감사가 꿩을 잡아 내려가시다가 저 황주(黃州) 동설령 고개에서 낮잠을 주무시다가 개미란 놈에게 불알 땡금줄을 물려 직사하고 말었다네.

산받이 : 그럼 상여가 나오겠군.

박첨지 : 그려.

(상여소리) 어허 어허이야 어허 어허이야 어이나 어허 어허이야,

(상여가 나오자 박첨지도 따라 나와)

박첨지 :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산받이 : 여보 영감.

박첨지 : 엉.

산받이 : 그게 누구 상연데 그렇게 우는 거여.

박첨지 : 아니 이게 우리 상여 아닌가?

산받이 : 망할 영감, 그게 평안감사댁 상여여.

박첨지 : 아 난 우리 상연 줄 알었지. 그러기에 암만 울어도 눈물도 안 나오고 어쩐지 싱겁더라.

산받이 : 어이 먹통 영감탱아.

박첨지 : 아차 여보게 상여 구경 좀 해야겠다. 어허 잘 꾸몄다 잘 꾸몄어. 평안도 대처는 대처로구나. 유문(儒門)네들이 겹상여에다 엽전 칠푼은 잔뜩 들었것다. 아따 냄새 더럽게 난다. 방귀를 안 뀌고 뒈졌나. 아 여보게 만사(輓詞) 있나.

산받이 : 암 있지.

박첨지 : 어디.

산받이 : 저 앞에.

박첨지 : 아 저기 있구나. 허이 허이. (읽는 시늉) 하 하 하.

산받이 : 왜 웃어.

박첨지 : 아니 만사를 보니 무명학생부군지구(無名學生府君之柩)라 했네.

산받이 : 아 임자없는 상여란 말이여, 저기 상제님 계시는데 경칠랴고.

박첨지 : 뭐 뭐 상주가 있어.

상주 : 야 야 네 이놈 뭐라고 했지?

박첨지 : 네 네 그저 상여 잘 꾸몄다고 그랬습니다.

상주 : 그렇다면 모를까.

박첨지 : 우리 문상(問喪)합시다.

상주 : 좋은 말씀.

박첨지 : 어이 어이 어이.

상주 : 꼴고 내고 꼴고 내고.

박첨지 : 아 여보게 무슨 놈의 상주가 내가 어이 하면 아이고 아이고 하는 거지 꼴고 내고가 뭐야.

산받이 : 아 쟁갭이를 몰라 그러네.

박첨지 : 암만 철을 모르기로서니 내 다시 한번 해보겠네, 어이 어이.

상주 : (장타령) 꼴고 내고…… 쓰르르 하고도 들어왔네.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돌아왔네. 여래 영덕 쓰러진 데 삼대문이 제격이요 열녀 춘향 죽어가는 데는 가사낭군(?)이 제격이요. 껑실껑실 댕기다 미나리깡에 홀라당 매화가 뚝딱……

박첨지 : 별놈의 상주를 다 보겠네. 상제란 놈이 장타령을 때려 부시니. 에이 나 들어가겠다.

상주 : 박가야.

박첨지 : 아니 비오는 날 나막신 찾듯 웬 박가를 찾나.

산받이 : 저 상제님이 길 치도 잘했다고 상급을 준다네, 빨리 가보게.

박첨지 : 네이.

상주 : 네가 박가냐?

박첨지 : 에이 아니꼬워서. 뒷꼭지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박가야 망가야, 암만 도산지기를 보기로서니 박가야 망가야…… 네 박간지 망간지 됩니다.

상주 : 박가면 말 들어라. 평양서 상여 올라오신다고 소문 난 제[지]가 수삼일이 되었는데 길 치도를 어떻게 했기에 상도꾼들이 다리를 죄 삐었으니 빨리 상도꾼을 사 들여라.

박첨지 : 허허 이게 상급인가, 아 여보게 상두꾼 다리가 삐었다고 상두꾼 하나 빨리 사들이라네.

산받이 : 내 사 줄테니 영감은 들어가오, 야 산너머 진둥아.

홍동지 : (안에서) 똥 눈다, 밥 좀 먹고.

산받이 : 썩는다 썩어. 빨리 나오너라.

홍동지 : 어.

산받이 : 야 이놈아, 옆구리로 나왔다.

홍동지 : 어쩐지 가물가물하더라.

산받이 : 네 이놈 홍제 났다. 평안감사댁 상여 품 팔아라.

홍동지 : 뉘집 상여?

산받이 : 평안감사댁 상여.

홍동지 : 야 부자집 상여구나, 떡 있나?

산받이 : 떡 있지.

홍동지 : 술도 있고?

산받이 : 아 술 있지.

홍동지 : 곶감 대추도 있고?

산받이 : 있고 말고.

홍동지 : 빈대떡도 있어?

산받이 : 있어.

홍동지 : 개장국도 있고?

산받이 : 에이 이놈 개장국이 무슨 개장국이야.

홍동지 : 그럼 뭐 있나?

산받이 : 없는 것 빼놓고 다 있네.

홍동지 : 다 있어?

산받이 : 그려.

홍동지 : 그럼 상제님한테 문안 드려야지.

산받이 : 암 그래야지.

홍동지 : (가까이 가서) 문안이요.

상주 : 문 안이고 문 밖이고 웬 빨가벗은 놈이냐. 대빈(?) 상이다. 빨가벗은 놈은 얼씬도 말어라.

홍동지 : 혀 혀 상여 뫼시러 왔오.

상주 : 뻘거벗은 놈은 대감 상여에 얼씬도 말어라.

홍동지 : 다 틀렸다 다 틀렸어, 빨가벗은 놈은 대감 상여라 얼씬도 말라네.

산받이 : 얘 얘 그럼 좋은 수가 있다.

홍동지 : 뭐여.

산받이 : 내 시키는 대로 해여. 상제님이나 상두꾼이나 모두 사타굼지 그건 떼어 아랫묵에 묻고 왔느냐고 물어 봐라.

홍동지 : 야 야 경칠려고.

산받이 : 괜찮어.

홍동지 : 야 무서워 안 되겠다.

산받이 : 너 일곱동네 장사 아니냐?

홍동지 : 허 참 그렇지, 내 일곱동네 장사지. 힘으로 안 되면 그까짓것 발길로 차고 주먹으로 줘박고, 이승에서 못 살면 저승에서 살지…… (대들려다) 야 이거 못하겄다.

산받이 : 이놈아 내질러 봐.

홍동지 : 그렇지 해봐야지. (머뭇거리다가) 상제님.

상주 : 왜 그래.

홍동지 : 상제님이나 상두꾼이나 그건 떼어 아랫목에 묻고 왔오?

상주 : 아따 벌거벗은 놈이 말 한번 잘 한다. 네 재주껏 모셔라.

홍동지 : 아따 됐다. 괜히 벌벌 떨었네. 여보세 상여 구경 좀 하겠네. 이런 데 떡 조각이나 있건만, 야 여기 능금 있다.

산받이 : 야 이놈아 그게 능금이 아니라 상여 꼭지지.

홍동지 : 난 능금이라고. 아따 냄새 우라지게 난다. 똥을 안 싸고 뒈졌나.

산받이 : 어이 상제님한테 혼난다.

(상여소리, "어허 어허여 어허 어허여……" 일동 상여를 메고 홍동지가 아랫배로 밀고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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