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楊州)별산대놀이
* 해설 : 경기도 양주군에 전해지는 가면극으로, 4월 초파일이나 5월 단오, 8월 추석 등에 공연돼 왔다. 현재는 전해지지 않는 서울의 본산대 놀이를 본따 만들었다고 한다. 총 8개 과장으로 짜여져 있으며, 주요 과장 및 순서는 봉산 탈춤 등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기서는 그 가운데 양반 풍자를 주제로 하는 샌님(양반) 과장 의막사령놀이 부분을 싣는다. 이 놀이는 말뚝이와 쇠뚝이가 의기 투합하여 양반을 욕보이는 것이 주된 내용으로, 양반에 대한 하인들의 태도가 매우 공격적이다.
자료 : 아래 자료는 이두현, 한국의 가면극, 일지사, 1979, 170-177면에 실린 양주별산대놀이 대사를 발췌하여 옮긴 것이다.
제7과장 샌님
<제1경> 의막사령놀이
말뚝이 : (샌님, 서방님, 도령님을 모시고 등장하여, 남쪽 가에 삼현청을 향해 선다. 쇠뚝이 내외는 미리 삼현청(三絃請) 앞에 나와 있다.) 의막사령-- 의막사려엉--
쇠뚝이 : 어느 제밀할 놈이 남 내근(內勤)하는 데 와 의막사령해.
말뚝이 : 네밀붙을 놈. 내근하다니 사람이 인성만성하고 만산편야(滿山偏野)한데 내근해.
쇠뚝이 : 네미붙을, 어찌 허는 말이냐. 사람이 인성만성하고 만산편야했더래도 두 내외가 앉았으니 내근하지.
말뚝이 : 오옳겄다, 너희 두 내외가 앉아 있으니까 내근해.
쇠뚝이 : 영락없다.
말뚝이 : 얘 제밀할 놈, 목소리 들으니까 반갑구나.
쇠뚝이 : (벌떡 일어서며 인사한다.) 아나야이!
말뚝이 : 아나이! 네밀할 놈, 너 만나본 지가 겅중겅중하구나. 쇠물에 지프라기 같다. 족통(足痛)이나 아니 났느냐.
쇠뚝이 : 아이구 내 것이야.
말뚝이 : 얘, 그러나 저러나 내가 옹색한 일이 있다.
쇠뚝이 : 뭐가 옹색하단 말이냐.
말뚝이 : 우리댁 샌님과 서방님, 도령님께서 과일(科日)이 당도해서 과거를 보러 올라오시다가 떵꿍하는 데 구경에 미쳐서 날 가는 줄 모르셨어. 그래 의막(依幕)을 날더러 정하라고 하시니 내가 강근지친(强近之親) 없구 아는 친구 없구 이 번화지시(繁華之時)에 밤은 들구 어찌하는 수가 없어 대단히 곤란하다가 너를 마침 만나니 천만 외다. 하니 너 날 의막을 하나 정해 다오.
쇠뚝이 : 얘 그 제밀할 놈들이 그래 구경에 미쳐설랑 의막을 정해달라고 그래. 그래 네가 참 대단히 옹색하겠다. 내가 그래 보마. (의막 정하러 나간다고 장내를 여러번 돌고 말뚝이 앞에 와서) 자 의막을 정했다.
말뚝이 : 너 어떻게 정했느냐.
쇠뚝이 : 뺑뺑 둘린 말장을 박고 허리띠를 매고 문을 하늘로 냈다.
말뚝이 : 거 네밀 붙을, 시방 셋집채 양옥집 같구나.
쇠뚝이 : 영락없지.
말뚝이 : 그럼 그놈들이 들어가려면 물구나무를 서 들어가야겠구나.
쇠뚝이 : 영락없지.
말뚝이 : 그럼 돼지새끼 같구나.
쇠뚝이 : 영락없지.
말뚝이 : 얘얘, 저 샌님이 바깥에 서 계신데 니가 좀 나가서 모셔들일 수밖에 없다.
쇠뚝이 : 내가 그 제밀붙을 놈들을 그 왜 모셔들인다는 말이냐.
말뚝이 : 그래, 그래도 그렇지 않다. 너하구 나하구 사귄 본정으로 해두 그래 그렇지 않으니깐두루 니가 모셔들일 수밖에 없다.
쇠뚝이 : 오옳겄다. 너하구 나하구 사귄 본정으로라도. 그래 네 사정을 봐서 그렇구나.
말뚝이 : 영락없지.
쇠뚝이 : 그래라. (쇠뚝이는 앞서고 말뚝이는 채찍을 들고 뒤에서 그 사이에 샌님, 서방님, 도령님을 넣고 채찍을 휘두르며 '두우두우 구울구울구울' 하며 중앙 돼지우리간으로 모셔들인다.)
샌님 : 말뚝아.
말뚝이 : 네이.
샌님 : 네 이 의막을 누가 정했느냐.
말뚝이 : 소신은 정한 게 아니구 강근지척두 없구 번화지시에 알 수가 없어서 쇠뚝이란 놈을 아니깐두루 그놈더러 정해 달랬더니 그놈이 정해 주었습니다.
샌님 : 그렇겠다. 얘 대단히 정갈스럽고 깨끗해 좋다.
말뚝이 : 그런데 아래 웃간을 정해서 서루 양반의 자식이니깐두루 담배질을 허두래두 아래 웃간이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두 칸을 정했습니다.
샌님 : 그래.
쇠뚝이 : (말뚝이에게) 넌 그래 그댁 뭐냐.
말뚝이 : 난 그댁 청지기다.
쇠뚝이 : 이놈아 어디 보자. 청지기가 평량일(패랭이를) 썼어?
말뚝이 : 아니다 그런 게 아니다. 그댁 출계(出系)다.
쇠뚝이 : 옳겄다. 네가 출계다.
말뚝이 : 그러면 얘 너 들어가 샌님을 좀 뵈어라.
쇠뚝이 : 그 제미붙을, 내가 왜 그 놈들을 뵌단 말이냐.
말뚝이 : 그래도 그렇지 않다. 그 양반이 벼슬을 시작할 것 같으면 사닥다리 기어올라가듯 한다. 그럼 너도 뭐든지 헌다.
쇠뚝이 : 그래 네 말도 그럴 듯하다. 그놈의 음성을 들어보니 용생(龍相)이다. 총을치 같다.
말뚝이 : 벼실 영락없지, 가 뵈어라.
쇠뚝이 : (타령조에 맞추어 양반 일행 앞뒤를 돈다.) (샌님을 보고는) 제길 양반의 자식인 줄 알았더니 양반의 자식커녕 잡종이로구나. 두부보자기를 쓰구 화선(花扇)을 들구 도포를 입구 전대띠를 맸으니 이게 화랭의 자식이로구나. (서방님을 보고는) 관을 쓰기는 썼다마는 도로 입구 이놈두 화선을 들구 전대띠를 맸으니 이것두 화랭의 자식이로구나. 나쁜 자식들이구나. (도령님을 보고는) 이놈이 사당보를 뒤집어 쓰구 전복을 입구 전대띠를 매구 이놈두 부채를 들어서 이놈두 양반의 자식은 맥물두 안됐다. (말뚝이에게 와서) 얘 가보니깐 그놈들이 멀쩡한 화랭이 자식들이지 어디 양반의 자식들은 아니더라.
말뚝이 : 그래 그럴듯하다. 네가 그럴듯하다마는 그댁이 간고하셔서 세물전(貰物廛)에 가 의복을 세를 해 얻어입느라구 구색이 맞지 않아 그렇다.
쇠뚝이 : 옳아, 따는 그것도 그렇겠다마는 그 양반의 자식들은 아니더라.
샌님 : 말뚝아.
말뚝이 : 네이.
샌님 : 네 이놈 어디 갔더냐.
말뚝이 : 샌님을 찾으려고요.
샌님 : 어두(어디)루.
말뚝이 : 네이, 서산 나귀 솔질하여 호피안장 도두놓아가지고요, 앞남산 밖남산 쌍계동 벽계동으로 해서 칠패 팔패 돌모루 동작일 넌짓 건너 남대문 안을 써억 들어서 일간장 이먹골 삼청동 사직골 오궁터 육조 앞으로 해서요, 칠관안 팔각재 구리개 십자각 아이머리 다방골로 어른머리 감투전골로 해서요 언청다리를 건너 소경다리를 건너서 배우개 안내거리 써억 나서서 아래 위로 치더듬고 내더듬어 보니깐두루 샌님의 새끼라곤 강아지 애들 녀석 하나 없길래 아는 친굴 다시 만나서 물어보니깐 떵꿍하는 데로 갔다 하길래 여기 와서 발랑발랑 찾아 여기를 오기깐두루 내 증손자 외아들놈의 샌님을 예 와서 만나봤구려.
쇠뚝이 : (그 소리를 듣고) 얘얘얘 그 양반을 발 안 들여놀려고 했다가 그 뭐하니깐두루 이담에 청편지 한 장을 맞더래도 내가 문안할밖에 없다.
말뚝이 : 그래라.
쇠뚝이 : 샌님, 남우(남의) 종 쇠뚝이 문안 들어가오. 잘못 받으면 육시처참에 송사리뼈도 안 남소. (샌님에게 문안하러 들어간다. 양손을 앞에 모으고 오른쪽 다리만 내놓고 껍죽껍죽 하면서 들어간다.) 아 샌님, 아 샌님, 아 샌님, 소인-- (샌님은 아무 말이 없다. 인사를 드리고 말뚝이에게 와서) 얘 그 보니깐두루 양반은 분명한 양반이더라. 진중하시더라.
말뚝이 : 아 점잖은 양반이구 여부가 있느냐.
쇠뚝이 : 그래 대관절 그놈의 집 가문이 어떻단 말이냐.
말뚝이 : 그놈의 가문이 이삿날이믄 사당문을 열고 새끼 한 발을 꼬아가지구 운운이 심지를 꿰가지구 한 끝을 주욱 잡아당기면 주루룩 따라나와서 개밥궁에서 한발을 들여놓고 한발은 내놓구 여러 놈이 쩍쩍거리는 그런 가문이다.
쇠뚝이 : 거 돼지로구나.
말뚝이 : 영락없다. 너 서방님한테 가봐라.
쇠뚝이 : (서방님께 문안 간다.) 아 서방님 아 서방님. (잠자코 있는 서방님을 보고) 소인--. (말뚝이 앞에 와서) 참 분명한 양반이더라.
말뚝이 : 샌님한테 문안드려도 개 엘렐레 같구 아니 드려도 개 엘렐레 같구 서방님한테 문안을 디려두 개 씹구녕 넌덜머리 같은데 저-- 끝에 계신 종가댁 되령님이신데 그 되령님한테 문안을 착실히 잘 해야지 만일 잘못했다가는 육시처참에 넌 송사리뼈도 안 남는다. 가 봐라.
쇠뚝이 : 거 네 말이 그럴 듯하니 가 볼밖에 없다.
말뚝이 : 이왕 양반집에 거론하기가 볼찰이지.
쇠뚝이 : (도령님에게 문안 간다.) 아 되련님 아 되련님 소인--.
도령님 : 고이 있드냐.
쇠뚝이 : (말뚝이 앞으로 와서) 얘 그 양반은 분명한 양반이더라. 거 우리네가 인사를 할 것 같으면 너 에미 애비 씹덜이나 잘 하느냐 할텐데 아주 고이 있더냐 하는 걸 보니 점잖은 양반이다.
말뚝이 : 거 이를 말이냐.
쇠뚝이 : 얘얘 그렇지만 나 가서 다시 문안드릴밖에 없다.
말뚝이 : 어떡헌단 말이냐.
쇠뚝이 : 한 잔도 못 먹는 날은 뜰을 아래 웃뜰을 돌아다니며 멀쩡히 청결허고, 한 잔 먹고 두 잔 먹어 석 잔쯤 먹어 얼굴빛이 지지벌건다면 아래 윗댁으로 댕기며 조개란 조개는 묵은 조개 햇조개 할 것 없이 일수 잘 까먹구 영해 영동 고등어 준치 방어 소라 애들놈 일수 잘 까먹는 남의 종 쇠뚝이 문인이오 그래라.
말뚝이 : 얘 그 제에밀붙을, 문안이 사설이구나. 엮음 영락없다. (샌님을 보고) 여보 샌님 남의 종 쇠뚝이 문안 디려 달랍니다. 잘못 받으면 육시처참에 송사리뼈도 안 남소. 한 잔도 못 먹는 날은 아래 윗댁으로 댕기며 뜰을 멍쩡히 청결하고, 한 잔 먹고 두 잔 먹어 석 잔쯤 먹어놓아 얼굴이 지지벌건다면은 아래 윗댁으로 댕기며 조개란 조개 묵은 조개 햇조개 할 것 없이 치까고 내리까고 몽주리 치까먹고 영해 영동 고등어 준치 방어 소라 애들놈 일수 잘 까는 남의 종 쇠뚝이 문안디려 달랍니다.
샌님 : (부채를 홱 펴들고) 여봐라 지눔!
말뚝이 : 예에--.
샌님 : 삼노고상(三路街上?)하던 양반더러 과언망설(過言妄說)하고 과도한 짓을 허니 그런 네에미 씹을! 헐 놈들이 어디 있느냐. (정좌하고) 말뚝아.
말뚝이 : 예.
샌님 : 남의 종 쇠뚝이 잡아 디려라.
말뚝이 : (안 가겠다는 쇠뚝이를 억지로 거꾸로 잡아끌고 온다.) 네, 잡아들였습니다.
샌님 : 그 네밀한 뇜이 얼굴은 정주 난리터를 갔단 말이냐.
말뚝이 : 그뇜이 그런 게 아니라 그놈의 얼굴을 볼 것 같으면 샌님댁 대부인 마나님이 기절절사(氣絶折死) 할까봐 거꾸로 잡아들였오.
샌님 : 그럼 그놈의 모가지를 빼다가 꽉 박아라.
말뚝이 : 꽉 박았오. (홱 돌려놓는다.)
샌님 : 그 뒤에서 꼼지락꼼지락하는 건 뭐냐.
말뚝이 : 네, 밤이면 샌님댁 대부인 가지고 노시는 거요.
샌님 : 여봐 지눔!
쇠뚝이 : 제밀붙을. 내가 이름이 분명히 있는데 날더러 누가 이놈이라고 그래.
샌님 : 거 여봐라 지놈. 네가 이름이 있으믄 무어란 말이냐.
쇠뚝이 : 예 샌님이 부르기가 적당하오. 아당 아자(字), 번개 번자(字)요.
샌님 : 아당 아자, 번개 번? 아당 아자, 번개 번?
쇠뚝이 : 아니오, 그렇게 하는 거 아니요. 샌님도 양반이니깐두루 하늘천 따지 감을현 누르황 배우구는 천지현황을 붙여 부르지 않우. 이것도 붙여 불러요.
샌님 : 번아.
쇠뚝이 : 왜 이건 바루 붙이지 거꾸로 붙이우.
샌님 : 얘 그 제밀할 놈의 이름 대단히 팽패롭다. 아아아.
쇠뚝이 : 이건 지랄을 허오, 붙여요 어서. 십년 석달 불러도 소용없오.
샌님 : (하다못해) 아번!
말뚝이 : 왜--.
샌님 : (자기 집 하인에게 모욕을 당하고 분해서) 남의 종 쇠뚝이는 허하구 사해 주구 내 종 말뚝이 잡아 디려어라!
쇠뚝이 : 예 지당한 분부올시다. (말뚝이의 패랭이를 뺏아쓰고 채찍을 뺏어들고) 이놈아 니가 양반의 집에 댕긴다고 세도가 분명허구 허더니 이놈아 세무십년(勢無十年)에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다. 이놈아 경쳤다.
말뚝이 : 아 너 술 취했다.
쇠뚝이 : 술이 이놈아 무슨 술이야. 가자 가자. (말뚝이를 끌고 들어간다.) 샌님 분부대로 잡아들였오.
샌님 : 그놈을 엎어놓고 까라. 대매에 헐장(歇杖)허구 두 대매에 그놈 물고를 올려라.
쇠뚝이 : 예 샌님 지당한 분부요. (혼잣말로) 눈깔허구 보니깐 어른애 가진 돈도 빼앗겠오. 그놈 무슨 죄졌오 엎어놓라게. (때리려고 하니 말뚝이가 돈을 줄테니 살살 때리라고 한다. 쇠뚝이 머리를 끄덕거린다.)
샌님 : 여봐라 지놈!
쇠뚝이 : 예.
샌님 : 너희 두 놈이 네밀 씹들을 허자고 공론을 했느냐.
쇠뚝이 : 아니올시다. 그런게 아니라 저놈이 샌님 안전(顔前)에 이 매를 맞고 보면 죽을 모양이니 헐장해 달랍디다, 헐장해 달래.
샌님 : 아니다.
쇠뚝이 : 아니면 뭐란 말이요, 이거 죽을 지경이네.
샌님 : 아니야.
쇠뚝이 : 열량 준답디다 열량. 아니 틀림없이 열량이올시다.
샌님 : 아니다.
쇠뚝이 : 아 이걸 어떻게… 그럼 내가 댓량을 보태서 죄(모두) 해서 열댓량이올시다 열댓량.
샌님 : 열댓량?
쇠뚝이 : 그럼 귀에 구수허우?
샌님 : 야 이놈!
쇠뚝이 : 예.
샌님 : 저 끝에 앉아계신 이가 종가댁 되련님이신데 봉채 받아논 지가 석삼년 열아홉해다. 열넉냥 아홉돈 구푼 오리는 댁으루 봉상(奉上)허구 그 남저지(나머지) 있는 건 가지구 나가다가 술 한 잔 사서 냉수에 타서 마시구 화수분 설사 됭지 섣달 무시똥 깔기듯 허구는 된 급살이나 맞아 죽어라.
쇠뚝이 : 예에 샌님 지당한 분부요. (샌님 일행은 삼현청으로 퇴장한다.)
말뚝이 : (일어서면서 불림으로) 녹수청산(綠水靑山) 깊은 골에 청황룡(靑黃龍)이 굼틀어졌다……. (말뚝이와 쇠뚝이 맞춤을 추고 퇴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