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우리소리

천지왕본풀이

한들 약초방 2015. 10. 2. 17:00

천지왕본풀이

 

해설 :
제주도 지역에서 전승되는 창세신화이다.
제주도 지역에는 창세신화가 아직도 굿에서 전승되고 있어
귀중한 자료가 된다. 그 내용은 천지개벽 외에 일월조정,
인세차지경쟁 등의 화소를 포함하고 있는데,
<초감제>와 <천지왕본풀이>로 나뉘어 구연이 된다.
아래는 인세차지경쟁을 주된 화소로 삼고 있는
<천지왕본풀이> 자료를 옮긴 것이다.

출처 :
적송지성, 추엽 융, <조선무속의 연구 상>, 1937에 실려 있다.
제주도 서귀포의 남무(男巫) 박봉춘의 구연본이다.
(이 자료에는 수수께끼 시합을 통한 소별왕의 승리가 그려져 있는데,
다른 각편의 경우 소별왕이 부당하게 이승을 차지한다는
내용이 부각된 것이 보통이다.)

인간(인간세상)이 수명장자(壽命長者)가 사옵는데
무도막심(無道莫甚)하되 /
말아홉 쇠아홉 계(개)아홉이 있어서 사나우니 /
인간사람이 욕을 보아도 어쩔 수 없사옵는데 /
수명장자가 하루는 천왕(天王)께 향하여 아뢰되 /
이 세상에 날 잡아갈 자도 있으리야 호담을 하니 /
천주왕이 괘씸히 생각하여 인간에 내려와서 /
수명장자 문 밖에 청버드 낭가지에 앉아 /
일만군사(一萬軍士)를 거느리고 숭험을 주되 /
소가 지붕을 나가서 행악(凶惡)해하고 /
솟(釜)과 푸느채를 문 밖으로 걸어 당기게 하되 /
수명장자 조금도 무서워 아니하니 /
천주왕의 머리에 쓴 싱엄(수건) /
수명장자 머리 위에 씌워 놓으니 /
두통이 심하난 종놈을 불러서 /
내 머리가 너무 아프니 /
돗치(도끼)로 깨라고 호언을 하니

천주왕이 어이없어 참 지독한 놈이라 하고 /
숭엄을 벗겨 쓰고 돌아오는 길에 /
백주 늙은 할망(白珠老婆) 집에 들러서 /
오늘밤 여기 유숙해야 겠노라 하니 /
노파 하는 말이 이런 집에 천주왕을 /
모실 수 없습니다 하니 관계없다 하고 드니 /
밥하여 놓을 쌀이 없어 노파가 걱정을 하난 /
수명장자 집에 가서 쌀을 달라 하면 /
주리니 갔다가 함서 하니 /
쌀을 얻어다가 밥을 해서 천주왕께 드리고 /
일만군사 대접한 후 천주왕이 자는 밤중에 /
옥얼내기(玉櫛)로 머리 빗는 소리가 나니 /
이상하다 하고 백주노파한테 물으니 /
우리 딸애깁니다 하니 /
불러본즉 월궁선녀(月宮仙女)같은 아기씨라 /
그날밤부터 배필(配匹)을 무어서 살다가 /
삼일후에 올라가려 하니 /
천주왕께서 올라가버리면 저는 엇지 살녀 /
만약에 자식이 나면 어찌합니까 하니 /
부인은 박이왕이 되어 인간 차지하고 /
자식이란 낳거든 이름을 대별왕 소별왕이라 짓고 /
나를 만나겠다고 하거든 본미를 줄터이니 /
정월축일(正月丑日)에 칵씨(박씨) 두방울을 심으면 /
사월축일(四月丑日)에 줄이 옥황(玉皇)으로 뻗쳐 올라가리니 /
그줄로 옥황에 보내라 하여 서로 작별하고

일년 후에 아들 형제를 낳아 나이 일곱이 되니 /
어멍왕(母王)에 가서 아방왕(父王)이 어딥니까 물으니 /
옥황이 천주왕이다 그러면 어찌 하하여 가 뵈오리까 /
칵씨 두방울을 심어서 줄이 옥황에 뻗치거든 /
이 본미를 가지고 올라가라 하니 /
정월축일에 칵씨를 심었더니 /
사월축일에 줄이 옥황에 뻗치니 /
옥황에 올라가서 아방왕을 만나니 /
이름 성명을 묻고 네 이름이 무엇이며 /
어멍왕은 누구며 본미가 무엇이냐 /
이름은 대별왕 소별왕이며 어멍왕은 바에왕이고 /
본미는 여기 있습니다 /
내어 보이니 애 아들이 분명하다 /
너희 형제가 인간의 길흉화복(吉凶禍福)과 /
지옥(地獄)이 수유장단(壽夭長短)을 차지하여 나아가라 하고 /
은(銀)대야에 꽃을 둘을 심어서 /
꽃이 잘 장성하는 사람은 인간을 차지하고 /
꽃이 잘 되지 아니한 사람은 지옥을 차지하라

은대야에 꽃을 심으니 /
소별왕 차지는 꽃이 잘 아니되고 /
대별왕 차지는 꽃이 잘되어 /
너의 차지대로 나아가라 하니 /
인간에 나오되 소별왕이 근심하기를 /
자기가 인간 차지하고 형이 지옥 차지하게 되면 /
수명장자를 버력(벽력)을 주어서 행실을 가르치지마는 /
우리 형은 못하리라 생각하고 /
옵서 형님 잠이나 잡시다 하고 누워 자는 체하고 /
형의 꽃은 자기 앞에 놓고 /
자기 꽃은 형의 앞에 놓고 형을 깨워 하는 말이 /
어떤 일로 형님 꽃이 유을고(시들고) 나 꽃이 성하니 /
무슨 일입니까 하니 형이 이 꾀를 알아 먹고 /
네가 그런 짓을 하면 아방왕이 알면 죽으리라 하니 /
소별왕이 형님께 사죄하고 /
옵서 형님 예숙이나 겪읍시다 하야 /
그리하라 하니 동방낭 입은 무사(왜) /
겨울이 들어도 떨어지지 아니합니까 /
속이 아니 구리니 아니 떨어진다 /
그러면 수리댄 속도 구려도 /
무사 떨어지지 아니합니까 /
또 동산에 곡식은 잘 아니되고 /
무사 아래 밭 곡식은 잘됩니까 물으니 /
위의 흙과 물이 아래에 흘러 오니 /
아래는 잘된다 그러면 위는 아니되고 /
아래 잘되는 건 무슨 까닭입니가 /
대답을 못하여서 너한테 졌노라 하니 /
아시(아우)가 말하기를 형님은 아니 되어도 /
아시가 잘되어야 좋지 않습니까 하니 /
그러면 네가 인간을 차지하기는 하라 /
나는 지옥 차지하겠노라 /
네가 만약에 잘못하면 재미없으리라 하고 /
꽃을 바꾸어 주어서 아시는 인간 차지하고 /
형은 지옥을 차지하였습니다

아시는 인간 차지하야 수명장자를 불러다가 /
네가 인간의 포악무도한 짓을 많이 하니 /
용서할 수 없다 하여 압밧듸 벗텅걸나 /
뒷밧듸 작지갈나 참지전지한 연후에 /
뼈와 고기를 빚어서 허풍 바람에 날리니 /
목이 파리 빈대 각다러되어 날아가고 /
파가망신(破家亡身) 시킨 후에 인간의 버릇을 가르치고 /
복(福)과 록(祿)을 마련하여 선악(善惡)을 구별하고 /
인간 차지하옵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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